'기본소득 논의' 주제로 로봇·AI 시대의 지속가능한 사회방향 모색6·3 지선 앞두고 정치인 출신 강연자가 다루기엔 부적절 지적도이재명 대통령도 도입 주장했던 정책 … 포퓰리즘 논란에 찬반 팽팽
  • ▲ 덕성여대는 지난 7일 교내에서 박용진 석좌교수 겸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을 초청해 '기본소득 논의'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덕성여대 민재홍 총장(왼쪽)과 박용진 석좌교수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덕성여대
    ▲ 덕성여대는 지난 7일 교내에서 박용진 석좌교수 겸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을 초청해 '기본소득 논의'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덕성여대 민재홍 총장(왼쪽)과 박용진 석좌교수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덕성여대
    덕성여자대학교는 지난 7일 교내 차미리사기념관 247호에서 최근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으로 위촉된 박용진 석좌교수를 초청해 ‘기본소득 논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었다고 8일 밝혔다.

    다만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과 일부 후보가 기본소득 관련 공약을 내놓은 민감한 시기에 여당 출신인 박 석좌교수가 특강 주제로 다루기엔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덕성여대에 따르면 이날 박 부위원장은 기술 발전과 사회제도 변화에 따라 기본소득과 기본사회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점임을 설명하고, 한국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전개돼 온 과정과 주요 쟁점을 소개했다.

    또 자신의 저서 ‘기계와의 전쟁’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인간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회적 부의 축적과 분배, 과세제도와 복지 시스템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했다.
  • ▲ 기본소득과 디딤돌소득 비교.ⓒ서울시
    ▲ 기본소득과 디딤돌소득 비교.ⓒ서울시
    그러나 일각에선 이날 특강 주제에 대해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없잖다.

    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주장해 온 정책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제20대 대선에선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 원씩 기본소득을 주자고 주장했었다. 당시 이 공약을 위해 연간 52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공교롭게도 박 석좌교수는 민주당 의원 출신이다.

    석좌교수 특강은 여러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특정 정책을 언급하는 게 문제 될 건 없다. 문제는 시기다. 기본소득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기본소득당의 핵심 정책이다.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 지방시대’를 1호 공약으로 발표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권과 강력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일부 후보도 이번 선거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는 ‘추미애표 경기도형 기본소득’ 구상을 밝혔다. 민주당 제윤경 하동군수 후보는 농어촌기본소득 도입, 이남오 함평군수 후보는 전 군민 월 15만 원 기본소득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무소속이나 국민의힘 일부 후보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공감대를 표하기는 하지만, 무조건적인 현금성 지원에 대해선 선을 긋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는 기본소득이 단기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가계 경제 개선과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회 창출형 복지’를 공약했다. 합천군수 후보인 국민의힘 류순철 후보는 지난 4일 열린 농어촌 기본소득 관련 정책협약식에 참석해 서명했지만,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 단기 소비촉진 효과, 소득 안전망 구실, 농촌소멸 방지 등에 도움이 된다며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재원 부담, 형평성 논란, 노동 의욕 저하, 기본 복지 대체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현금살포식 공약으로 말미암아 대표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꼽힌다.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또 다른 민간부위원장으로 위촉된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과거 기본소득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이 일정 부분 근로 의욕을 낮추는 것처럼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었다.

    이 때문에 평소라면 강연 주제로 충분히 허용될 사안이나, 6·3 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전직 민주당 출신 석좌교수가 유권자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것이 자칫 정치적 메시지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박 부위원장은 특강에 앞서 민재홍 총장과 대학 교육의 변화와 미래 인재 양성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오후에는 덕성여대 종로캠퍼스를 찾아 평생교육원 등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교육환경 발전 방향에 관해 논의했다. 박 부위원장은 “종로캠퍼스는 최상의 위치와 우수한 교육 여건을 갖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