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30%·하나은행 10% 지분 채권 캠코 새도약기금으로 이관장민영 기업은행장 “암묵적 매각 동의 … 조속히 해결할 것”20년 장기추심 논란 속 최근 5년간 배당금만 약 420억원포용금융 압박 커지지만 … 시장원칙·도덕적 해이 우려도 확산
  • ▲ ⓒ연합
    ▲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상록수 장기 연체채권 추심 구조를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자 주요 금융사들이 보유 채권 정리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와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과 우리카드까지 새도약기금 매각 대열에 합류하면서 20년 넘게 이어진 상록수 체제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치권 압박에 따라 민간 채권 구조가 급속히 흔들리는 데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가운데 자사 지분 30%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 상록수 최대 주주인 신한카드에 이어 하나은행도 지분 10% 규모 장기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으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장기 연체채권 전액 매각 방침을 확정했으며, KB국민카드는 별도 채권 잔액은 없지만 지분 보유사로서 매각에 동의하기로 했다. 우리카드도 상록수 보유 장기 연체채권 가운데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새도약기금에 이관하기로 하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채권 정리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IBK기업은행도 사실상 매각 동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암묵적으로 양도(매각)에 동의한 상태"라며 "굳이 관련 채권을 계속 보유할 필요가 없는 만큼 조속히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현재 관련 채권 잔액은 없지만 상록수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신용불량자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신한카드가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나은행·기업은행·우리카드가 각각 10%, 국민은행과 국민카드가 각각 5.3%, 4.7%를 들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업체 3곳이 각각 10%씩 보유 중이다.

    논란의 핵심은 상록수가 정부의 장기 연체채권 정리 프로그램인 새도약기금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5000만원 이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추심을 중단하고 채무조정 또는 채권 소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넘어가면 차주에 대한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는 채무조정과 분할상환 절차를 밟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은 1년 내 채권이 자동 소각된다.

    하지만 상록수는 장기 연체채권을 계속 보유했고, 이 과정에서 최근 5년간 약 420억원 규모의 배당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장기 연체채권 처리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새 정부가 포용금융 강화와 취약차주 지원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운 만큼 금융사들의 부실채권 관리 방식에도 변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통령 발언 직후 금융사들이 일제히 채권 매각에 나서는 모습이 시장 원칙과 계약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복적인 채무 감면 신호가 장기적으로는 상환 질서를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키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20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을 계속 추심하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정책 방향이 정치적 압박 형태로 비칠 경우 금융시장 예측 가능성과 채권시장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