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경제팀 '확장재정' 드라이브 속 KDI·한은은 정반대 신호KDI, 반도체 훈풍에 2.5% 성장 전망 "확장재정 필요성 낮아"한은, 금리인상 시그널 … 전문가 "확장재정, 물가 자극해"
  • ▲ 확장재정 드라이브와 금리 인상 신호가 충돌하며 한국 경제의 정책 혼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시각화한 AI이미지. ⓒ챗GPT
    ▲ 확장재정 드라이브와 금리 인상 신호가 충돌하며 한국 경제의 정책 혼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시각화한 AI이미지. ⓒ챗GPT
    이재명 대통령을 필두로 역대급 확장재정 기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역시 확장재정 기조에 맞춰 수립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는 한국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국책연구기관과 한국은행은 확장재정에 '브레이크'를 거는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추가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재정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진단을 내놨다. 여기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긴축 기조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통화당국의 긴축 신호가 엇갈리면서 정책 혼선 우려가 나온다. 

    14일 정부와 청와대는 반도체 호황에 대규모 초과세수가 예상되면서 확장재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만 100조원을 웃도는 등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확장재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긴축재정론을 정면 반박하며 확정재정 기조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 때 절약이 미덕일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돈이 안 돌아서 문제인 사회가 됐다. 투자를 통해 경제가 순환하게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최근 페이스북에 "삼성전자·하이닉스의 법인세뿐 아니라 고소득 반도체 인력의 소득세,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연쇄 효과까지 감안하면 역대급 초과세수가 쌓일 수 있다"며 "재정 역시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 재정 신호를 내놓았다. 

    정부도 발을 맞췄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양극화를 해소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동시에 강도 높은 재정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하겠다"며 "이를 통해 성장률이 제고되면 재정을 늘리는 게 오히려 분모를 더 크게 증가시켜 부채비율이 하락하고 세입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올해 정부 지출 예산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727조9000억원으로 역대급 슈퍼 예산이다. 여기에 지난 4월 중동 전쟁 대응을 위한 추경 26조2000억원을 더하면 754조원에 이른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2차 추경 가능성도 거론된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반도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취약계층·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2차 추경 편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도 2차 추경 군불떼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2차 추경 가능성을 닫지 않은 상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2차 추경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전쟁이 장기화되고 악화한다면 누구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반면 정부의 확장재정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상당하다. 한국은행도 경기 확장과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이유로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KDI는 전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전망(1.9%)보다 0.6%포인트(p) 올린 2.5%로 상향 조정하며, 현재 경제 상황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기 확장 국면'으로 진단했다. 특히 현재 경기 확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2차 추경 등 추가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재정 필요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경기 확장기와 경기부양은 사실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며 "전망대로 간다고 가정하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또 소비개선과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정에 대비해 사실상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상을 권고했다. 정 부장은 "중동전쟁 양상이 불확실해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려우나, 만약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물가 상승이 오래 지속될 신호가 누적될 시,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전망대로 간다면 상당히 확장적인 국면이 돼 물가 상승 압력을 발생시키는 만큼 금리를 평소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뉴시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인하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 견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의 근거로 "4월 금리를 동결한 이후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경기는 당초 예상한 2.0%보다 낮아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고 물가상승률은 2.2%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씨티은행도 한국은행이 올해 7월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10월과 내년 1월, 4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0.25%p씩 총 네 차례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업항 호조로 따른 법인세 증가로 정부가 올해 하반기 20조원, 내년 90조원 규모의 추가 재정지출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근원물가가 고점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서울 주택시장과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근거로 제시됐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확장 재정 정책과 긴축 통화 정책이 혼합된 양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물가와 집값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가 정부의 확장재정"이라며 "물가가 심상치 않으니 한은도 금리를 올려야한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 상황인데도, 되려 확장재정에 속도를 내면 물가·이자율·환율이 상승해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 정부부채 비율이 2031년 63.1%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올해 추정치 54.4%보다 10%p 가까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IMF가 선진국 경제권으로 분류하는 41개국 중 올해부터 2031년까지 한국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곳은 미국, 에스토니아, 벨기에,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독일 6개국에 그친다. 이들 국가는 모두 한국과 달리 기축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확장재정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반도체 사이클이 언제 꺾일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리게 되면 향후 세수 기반이 약화 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