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 2차 공판서 前 CFO 증인 출석검찰 "장남 회사 지원 위한 승계 프로젝트" 추궁변호인 "계열사 통폐합·사업 구조 효율화 검토" 반박
  • ▲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이 지난 2월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이 지난 2월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장남인 정대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74억원대 부당지원을 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경영권 승계 목적을 부인했다. 검찰은 내부 프로젝트 문건과 거래 구조를 근거로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라고 주장한 반면, 정 회장 측은 계열사 통폐합과 사업 구조 효율화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분 문제가 일부 함께 논의됐을 뿐이라고 맞섰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 회장과 홍성원 전 삼표산업 대표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이오규 전 삼표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사장은 2018년부터 당시 삼표그룹 지주사였던 ㈜삼표 사장 겸 삼표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하며 계열사 통폐합과 재무구조 개선 업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그는 두산에서 30년 넘게 회계·자금·계열사 통폐합 업무를 담당한 뒤 삼표그룹에 영입됐다.

    검찰은 주신문에서 이 전 사장의 상급자가 정 회장 외에는 없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 회장이 그룹 전반의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챙긴 만큼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에스피네이처와의 내부 거래 구조 역시 정 회장의 관여 아래 이뤄졌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 전 사장이 과거 조사에서 "회장이 사업부별로 직접 보고를 받고 꼼꼼하게 챙겼다"고 진술한 점도 재차 확인했다. 이에 이 전 사장은 "당시 회의는 보고라기보다 현황 공유에 가까웠다"며 "회장은 매출 상황이나 경쟁사 동향 등에 대해 질문했고, 자신에게는 자금 상황과 시멘트 인수 관련 재무 문제를 물었다"고 답했다.

    이어 "현업 경영은 각 사업부 대표들이 담당했고, 자신은 자금·회계·세무 업무를 총괄했을 뿐 다른 업무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분체 거래 구조와 구매팀 조직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조직도상 구매팀이 이 전 사장 산하에 있었던 만큼, 분체 가격 정책과 내부 거래 구조에도 관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전 사장은 이에 대해 "조직도상 결재는 했지만 실제 원자재 구매 업무는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며 "중요한 사항은 회장에게 보고하라고 했고 자신이 직접 세부 내용을 지시하거나 관리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구매 업무도 계열사별로 운영됐고 자신은 형식적으로 결재하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레미콘 사업부 수익성이 낮은점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홍 전 대표가 "분체를 비싸게 사 손실이 발생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기존 진술도 짚고 넘어갔다. 이에 이 전 사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회의를 진행한 기억이 있다"며 "세금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의 또 다른 쟁점은 삼표그룹 내부에서 추진된 '페가수스 프로젝트'와 '넥스트 프로젝트'였다. 검찰은 관련 문건에 'DH계열 기업가치 극대화',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 '정대현 지분 확대 시 승계 완료' 등의 표현이 포함된 점을 들어 해당 프로젝트가 사실상 승계 작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장은 "프로젝트의 출발은 사업 구조 효율화와 계열사 통폐합이었다"며 "지분 구조와 연결될 수 있어 일부 관련 내용도 함께 검토됐을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승계 자체를 목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시 말한 승계 문제도 정확히는 지분 문제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도 반대신문에서 페가수스 프로젝트의 최초 명칭인 '프로젝트 블루드래곤'을 제시하며, 업무 수행 목적이 '사업 구조 효율화'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재구성'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종 보고서에도 계열사 통폐합 내용이 담겼을 뿐, 승계 검토 결과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시한 일부 내부 문건에 대해서도 "증인이 수사 당시 처음 본 자료였고 전체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답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삼표산업이 에스피네이처에 분체 단가 인하를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며 "그룹 시너지라는 표현이 곧 일방적 손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2016년부터 3년간 정대현 삼표그룹 수석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던 에스피네이처로부터 분체를 시장가격보다 약 4% 비싼 가격에 공급받도록 해 약 74억원 상당의 부당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8월 삼표산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정 회장과 홍 전 대표 등을 재판에 넘겼다. 다음 공판기일은 6월 10일 오후 2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