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측 일방적인 매각 중단 통보에 한화 수직계열화 차질 불가피풍산, 알짜 방산 떼면 승계·기업가치 부담에 주주 설득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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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풍산그룹의 방산부문 매각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의 천무 발사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풍산의 기업 인수합병(M&A) 논의가 나흘 만에 없던 일이 됐다.포문은 풍산이 열었다. 풍산은 지난 9일 오후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탄약 사업 매각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공시했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경쟁력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풍산 방산 부문에 대한 인수 검토를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풍산의 '딜 무산' 공시 이후로 한화에어로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물 건너간 포-탄약 수직계열화한화에어로 입장에서 풍산 탄약사업은 놓치기 어려운 전략 카드로 꼽혔다. K9 자주포와 천무, 레드백 장갑차에 풍산의 155㎜ 포탄과 각종 탄약 생산능력을 더하면 생산부터 수출, 유지보수(MRO)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진다. 최근 KAI 지분 4.99% 확보로 항공 우주 축을 보강한 한화의 행보는 육·해·공을 넘어 우주와 탄약까지 아우르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글로벌 종합 방산 전략을 완성하는 수순으로 읽혔다.한화에어로의 자금력은 비교적 여유가 있다. 지난해 주주배정 유증과 제 3자 배정 유증에 흥행하며 4조2000억원을 끌어왔고 3조8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작년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조7133억원에 달했다.다만 유증으로 마련한 자금은 해외 조인트벤처 설립 등 약속된 투자처에 써야하고 지난해 10월 KAI 지분 확보를 위해 최소 5000억원 이상 투입한 만큼 풍산 인수에 다시 1조5000억원대 자금을 집행하기에는 자금력이 빠듯하다. 다만 인수 대금에 대한 시각차이로 양측 간 딜이 틀어졌다는 시각은 거의 없다.시장에선 한화에어로가 그룹 내에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논란과 오는 7월 1일로 예정된 인적분할 등이 빅딜 추진에 부담요소가 됐을 것이란 시각이 나왔으나 실제론 인수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 ▲ 풍산은 5.56㎜ 소총탄부터 155㎜ 자주포용 곡사포탄까지 우리 군이 쓰는 군용 탄약을 사실상 전담하는 국내 유일 종합 탄약기업으로 꼽힌다. ⓒ풍산
◆ 팔고 싶지만 '당장'은 아니다풍산은 방산부문을 팔고 싶지만 꼭 당장은 아니어도 된다. 풍산은 중동전쟁으로 방산기업의 몸값이 크게 뛰어 오른 상황에서 지배구조 재편과 승계 관점에서 방산사업 매각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로이스 류(류성곤)는 미국 국적자로 기업 승계가 불가능하다.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의 경영권은 한국 국적 보유자만 가능하다.풍산은 5.56㎜ 소총탄부터 155㎜ 자주포용 곡사포탄까지 우리 군이 쓰는 군용 탄약을 사실상 전담하는 국내 유일 종합 탄약기업으로 꼽힌다. 사업부문은 신동(구리) 부문과 방산(탄약)부문으로 나뉘는데 시장에서는 방산부문 매각가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지난해 방산부문 매출은 약 1조3114억원으로 신동부문(약 3조7280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으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2107억원으로 신동부문(217억원)의 10배에 육박했다. 즉 그룹 전체 수익성은 방산에 쏠려있다는 얘기다. 현재 155㎜ 포병 고폭연습탄 등 21개 탄종 신규 개발도 진행 중이어서 미래 성장성 역시 높게 평가된다.주주 문턱과 정부 승인도 부담이다. 풍산은 2022년 탄약사업 물적분할을 추진했다가 주주 반대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만일 인적분할 또는 사업 매각 구조로 가면 전체 주주 2/3 동의가 필요하다. 풍산은 최대주주가 풍산홀딩스로 지분은 38.02%에 그치고 국민연금 7.97%, 소액주주 지분이 45.63%에 달해 알짜 방산을 떼어내는 구조를 소액주주에게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 일가는 풍산홀딩스 지분 48.7%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여기에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 경영권 변동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과 방위사업청 협의까지 거쳐야 한다. 결국 풍산 입장에서는 기업가치 훼손, 주총 통과, 정부 승인이라는 3중 관문을 동시에 넘어야 했다.특히 류진 회장은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으며 풍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룹 오너가 경제단체장 역할에 무게를 두는 상황에서 핵심 방산사업 매각까지 추진할 경우 시장에는 성장보다 사업 축소 신호로 읽힐 가능성이 더 크다.한 업계관계자는 "표면적으론 전략적 시너지가 분명했지만 끝까지 밀어붙이기엔 양측 모두 잃을 것이 너무 많았던 거래"라면서 "풍산이 승계 이슈가 살아있는 한 이번 딜의 잔불도 남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