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이익투쟁, 조선·IT·바이오까지 번져현대차 강성 투쟁 방식 전 산업으로 확산 조짐 이익 배분 고정화 땐 R&D·설비투자 위축재계 "주주환원·미래투자 위축에 기업 운명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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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노사 잠정 합의로 총파업 위기는 일단 멈췄지만 산업계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삼전 노사가 사업 성과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식이 노사협상의 새 기준처럼 번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성과급 규모가 아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디에 먼저 배분할 것인지, 그 판단을 파업 압박과 노사 교섭으로 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성과급 비율이 고정되면 호황기에 쌓아야 할 투자재원과 주주환원 여력이 먼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노사 합의의 부담은 기업의 미래 투자, 공급망 대응력, 주주가치 훼손 우려로 옮겨붙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이 만든 새 기준선 … 성과급 협상서 이익투쟁으로

    지난 20일 밤 삼성전자 노사는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서 반도체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재원을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의 10.5%로 정하는 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예고했던 총파업을 유보했고, 최종 타결 여부는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에 달려 있다.

    노조가 당초 요구한 안은 더 강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고, 이 가운데 70%는 DS부문 전체에 균등 배분하며 30%는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구조였다. 회사는 성과주의 원칙 훼손과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를 들어 난색을 보였다.

    잠정합의로 당장의 파업 리스크는 줄었지만 재계는 이번 사안을 분쟁 종료로 보지 않는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성과급 산식 일부를 제도화하면서 다른 기업 노조가 “우리도 이익을 나눠야 한다”고 요구할 명분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산업계 곳곳에서 비슷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내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 350만원 정액 인상, 1인당 3000만원 지급,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 중이다.

    카카오도 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파업 수순으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됐다. 다만 카카오 본사는 27일 2차 조정 절차가 남아 있어 조정 결렬 시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자동차, 조선, 플랫폼, 바이오 등 주력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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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재원·주주권 압박 … 기업 비용구조 흔든다

    문제는 이 같은 요구가 한 번 제도화되면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기업 비용구조를 경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호황기에는 “실적이 났으니 더 달라”는 압박이 커지고, 불황기에는 이미 만들어진 산식을 되돌리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업황 변동에 맞춰 투자와 비용을 조절할 여지가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고용과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조선·자동차처럼 대규모 설비투자와 장기 수주, 공급망 신뢰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파장이 더 크다. 반도체는 호황기에 번 돈을 차세대 공정, 첨단 패키징, 장비 선점, 연구개발에 다시 투입해야 다음 경쟁을 버틸 수 있다. 조선과 자동차도 수주 확대, 전동화 전환, 생산설비 개선, 협력사 생태계 안정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익 배분이 먼저 고정되면 기업은 미래 투자보다 단기 현금 유출을 우선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결국 제조업에서 나온다"며 "제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가 지속돼야 하는데 이익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먼저 떼고 나면 투자와 고용이 줄면서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주주권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영업이익은 이미 임금과 원가를 반영한 뒤 남은 경영 성과다. 여기에서 세금, 이자비용, 미래 투자, 주주환원 등 여러 배분 판단이 이뤄진다. 특정 이해관계자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먼저 가져가는 구조가 되면 투자자와 주주의 몫, 기업의 장기 성장 재원은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가치도 흔들릴 수 있다. 투자자는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과 배당 가능성, 자사주 매입 여력, 성장 투자 계획을 보고 자본을 투입한다. 그런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이 노사 합의로 먼저 묶이면 시장은 해당 기업의 비용 부담과 이익 배분 구조를 더 보수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단순 구호가 아니라 자본시장 평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제도화 요구를 통상적인 근로조건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임금 인상이나 복리후생 확대와 달리, 영업이익의 일부를 고정적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는 기업이 이익을 어디에 투자하고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경영 전략의 영역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성과급의 임금성 논란도 남는다. 성과급 산식이 제도화되고 매년 반복 지급되면 계속성, 정기성, 지급 의무성이 강해진다. 이 경우 향후 평균임금이나 퇴직금 산정 기준에 포함할지를 둘러싼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 올해의 잠정합의가 장기 인건비 부담과 법적 분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사태는 파업 유보로 급한 불을 껐지만 산업계가 마주한 질문은 더 커졌다. 올해 하투의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라 기업 이익 배분권이다. 성과 공유라는 이름의 요구가 어디까지 정당한 근로조건인지, 어디서부터 경영판단과 주주가치 훼손 우려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향후 노사관계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