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질소득 증가율 0.4% '사실상 멈춤'소비지출 5.3% 급증에 흑자액은 되레 감소저소득층 소비성향 155%… 빚내 버티는 현실
  • ▲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국가데이터처
    ▲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국가데이터처
    올해 1분기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가계소득 대비 소비지출 증가폭이 가파르게 커지면서 가계의 저축 여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겉보기에는 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열어보면 물가 부담과 지출 가속화에 가계 수지가 악화하는 '착시 성장'의 부메랑을 맞은 꼴이다.

    국가데이터처가 28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의 고물가 상황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단 0.4%에 그치며 사실상 성장이 멈췄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서민들의 비명이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소득 항목별로 살펴보면 가계 소득의 핵심축인 근로소득(342만2000원) 증가율은 0.3%에 머물며 급격한 둔화세를 보였다. 사업소득은 92만5000원으로 2.6% 늘었다. 반면 공적·사적 지원금인 이전소득은 96만4000원으로 9.7% '나홀로 폭증'했다. 

    일해서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정부 보조금이나 수당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가계 소득의 안정성이 크게 취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가 짊어진 지출의 무게는 소득 증가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 전체 가계지출은 월평균 424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으며, 이 중 소비지출은 310만5000원으로 5.3%나 껑충 뛰었다.

    항목별로는 자동차 구입비가 포함된 교통·운송(12.1%), 국외여행비가 반영된 오락·문화(12.0%), 의료서비스 비용이 얽힌 보건(10.4%) 등이 전체 소비 증가세를 견인했다. 외식 물가 상승에 따라 음식·숙박 지출도 5.1% 늘었다.

    반면 팍팍해진 살림살이 속에서 눈물의 '소비 다이어트'를 감행한 단면도 포착됐다. 1분기 교육 지출은 23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구체적으로는 정규교육비(-10.9%)와 기타교육비(-24.3%)가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학원·보습교육비는 1.4% 소폭 증가했는데, 이는 학부모들이 가계 수지 악화 속에서도 자녀의 학원비를 대기 위해 정규 교육 관련 비용이나 다른 필수 지출을 필사적으로 줄인 '골병 찬 내수 회복'의 속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비용이 6.6%나 늘어나는 등 비소비지출(113만7000원)도 1.2% 증가해 가계의 목을 죄었다.

    이처럼 소득 대비 지출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가계 수지 지표는 일제히 적신호가 켜졌다. 

    세금과 이자 등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434만4000원으로 2.7% 늘었지만, 쓰고 남은 돈인 '흑자액'은 123만9000원에 그치며 오히려 3.1% 감소했다. 

    번 돈 중 소비로 나간 비율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전년보다 1.7%포인트(p) 상승했다. 저축 여력이 그만큼 바닥을 치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 계층별 격차도 여전했다. 상위 20%인 소득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964만5000원에 달했고 평균소비성향은 57.7%로 여유로운 주머니 사정을 보였다. 이들은 자동차 구입이나 국외여행 등 활발한 소비로 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면 최하위 20%인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93만8000원에 그쳤다. 특히 1분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무려 155.3%를 기록하며 심각한 '적자 수렁'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고물가와 고금리 압박 속에 서민 취약계층은 생계유지를 위해 버는 돈의 1.5배 이상을 지출하며 빚으로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학계 한 인사는 "실질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필수 생계비와 이자 부담으로 인한 지출 증가는 가계 소비 체력을 악화시킨다"며 "소득 계층 간 격차 확대와 가계 수지 악화가 도미노처럼 이어져 하반기 내수 시장을 위축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