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동·전선·해저케이블·배전기기까지 전력 인프라 포트폴리오 확대LS전선·가온전선·LS일렉트릭, 북미 데이터센터·전력망 수요 대응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HVDC 시장 성장도 중장기 기회로
  • ▲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LS전선
    ▲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LS전선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LS그룹의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전력산업의 기초 소재인 전기동부터 송전·변전·배전, 해저케이블 포설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앞세워 이른바 'K-전력산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LS MnM의 전기동 생산, LS전선의 초고압·해저케이블, LS마린솔루션의 해저케이블 포설, 가온전선의 버스덕트, LS일렉트릭의 변압기·배전시스템을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도 커지는 모습이다.

    전력 인프라 시장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분야는 HVDC(초고압 직류송전)다. HVDC는 기존 교류 송전보다 장거리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고 대규모 전력 이동에 유리해 해상풍력과 장거리 전력망 구축에 필수 기술로 꼽힌다. 글로벌 HVDC 시장은 2024년 약 122억 달러 규모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8.1% 성장해 2034년 약 26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 ⓒLS일렉트릭
    ▲ ⓒLS일렉트릭
    LS전선은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7월 강원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에 5동을 준공하고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이를 통해 아시아 최대급 HVDC 해저케이블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

    생산능력 확대는 수주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LS전선은 올해 2월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약 7000억원 규모의 345kV 지중 초고압 케이블 및 해저 초고압 케이블 판매·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전선업체의 단일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현지 투자도 진행 중이다. LS전선은 지난해 4월 미국 버지니아주에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에는 201m 높이의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와 피복 공장, 전선 최종 제품 생산시설, 전용 항만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미국 내 전력망 투자와 해상풍력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배전 영역에서는 가온전선이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가온전선의 미국 법인 LSCUS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과 향후 5년간 대용량 전력 배선 시스템인 버스덕트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약 500억원 규모 공급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누적 공급 규모가 최대 4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버스덕트는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배전 설비다. AI 서버 확산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기존 케이블 배선보다 설치와 유지관리 효율이 높은 버스덕트 수요가 커지고 있다. LS전선과 가온전선은 데이터센터용 전력 배선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보고 북미 공급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 ▲ ⓒLS MnM
    ▲ ⓒLS MnM
    LS마린솔루션은 해저케이블 포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6월 튀르키예 테르산 조선소와 초대형 HVDC 포설선 건조에 착수했다. 신규 선박은 케이블 적재 중량 1만3000톤, 총중량 1만8800톤 규모로,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 5위권 규모로 알려졌다. HVDC 해저케이블과 광케이블을 동시에 포설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출 예정이다.

    LS마린솔루션은 신규 포설선을 기반으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국내 전략 사업뿐 아니라 유럽·북미 해상풍력과 초장거리 해저망 구축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LS전선이 케이블을 생산하고 LS마린솔루션이 시공까지 맡는 구조가 갖춰지면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턴키 수주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S일렉트릭은 변전·배전 분야에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HVDC 송전에 필요한 변환용 변압기(CTR)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을 준비 중이다. HVDC 송전은 전기를 보내기 전 교류를 직류로 바꾸고, 수전 지역에서 다시 교류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LS일렉트릭은 국내 최초로 HVDC 변환용 변압기 상용화에 성공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12월 부산 사업장에 연면적 1만8059㎡ 규모의 2생산동 증설을 마치고 생산에 들어갔다. 투자 규모는 1008억원이다. 이번 증설로 부산 사업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연간 2000억원에서 60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부산 사업장은 국내 유일의 HVDC 변환용 변압기 생산기지로, 정부의 HVDC 송전망 구축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현지 생산능력도 키우고 있다. LS일렉트릭은 텍사스주 배스트럽 캠퍼스와 유타주 MCM엔지니어링II를 거점으로 중·저압 전력기기와 배전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현지 빅테크 데이터센터向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LS일렉트릭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는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수주잔고도 약 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LS일렉트릭은 향후 1억6800만 달러, 한화 약 2500억원을 투자해 MCM엔지니어링II의 배전반 생산능력을 3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1만3223㎡ 규모인 공장을 7만9338㎡ 규모로 넓히고, 2030년까지 생산동 3개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텍사스주 댈러스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도 신규 사업 거점을 구축해 북미 현지화 전략을 강화한다.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의 출발점은 LS MnM이 맡고 있다. LS MnM은 울산 온산에 국내 유일의 구리 제련소를 운영하고 있다.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2위 규모로, 연간 약 68만톤의 전기동을 생산한다. 전기동은 송·배전용 전선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설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산업 전반에 쓰인다.

    LS MnM은 지난해 5월 전기동 브랜드 '온산Ⅰ'과 '온산Ⅱ'를 뉴욕상품거래소에 최고 등급인 '그레이드 1'으로 등록했다. 이미 런던금속거래소와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최고 등급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세계 3대 비철금속거래소에서 모두 최고 등급 등록을 마쳤다. 북미 시장 진출 기반을 넓히기 위한 조치다.

    시장 다변화와 금속·황산 제품군 수익성 개선도 실적에 반영됐다. LS MnM은 지난해 매출 14조942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세전이익은 1411억원, 당기순이익은 108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약 57%, 42% 증가했다.

    전력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력망 투자 확대가 일시적 수요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노후 송배전망 교체, 신재생에너지 연계망 구축,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망 확충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 인프라 산업의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S그룹은 소재와 전력기기, 케이블, 시공 역량을 함께 보유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력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는 가운데, 계열사별 투자와 수주가 맞물리며 전력 인프라 사업이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