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1500만대 팔린 베스트셀러, 하이브리드로 컴백HEV는 담백한 효율, PHEV는 정숙성, GR SPORT는 단단한 주행감화려한 자극보다 잔고장 걱정 적은 기본기, ‘육각형 매력’ 뿜뿜
  • ▲ 토요타 6세대 RAV4.ⓒ김서연 기자
    ▲ 토요타 6세대 RAV4.ⓒ김서연 기자
    좋은 차가 꼭 강한 인상을 남기는 차일 필요는 없다. 매일 고르는 점심 메뉴처럼 안정적인 편안함이 최고의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독일 3사 수입차의 아성에 흔들리지 않고 일본차를 선택해 온 소비자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잔고장 걱정 적고, 연비가 좋아 유지 부담이 크지 않은 ‘육각형’의 동료. 새로 돌아온 토요타의 RAV4는 그런 기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모델이었다.

    30여년간 전 세계에서 1500만대 이상 팔린 토요타의 베스트셀링 모델 RAV4는 최근 늘어나는 하이브리드 수요를 업고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부드럽게 오가는 ‘토요타식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가장 대중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운전자는 엔진과 모터가 오가는 순간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붙이면서도 ‘착한’ 연비도 챙긴다.

    지난 18일 신형 RAV4의 HEV, PHEV, GR SPORT 모델 3종을 타고 인천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을 출발해 총 127km를 주행했다. 인천대교를 지나는 고속 구간과 송도 일대 도심형 도로, 영종도·무의도 주변의 굽은 길과 저속 구간이 섞인 코스를 달리며 각각의 모델이 가진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 ▲ 토요타 6세대 RAV4 GS SPORT.ⓒ김서연 기자
    ▲ 토요타 6세대 RAV4 GS SPORT.ⓒ김서연 기자
    주행에선 전 세대보다 한층 다듬어진 기본기가 가장 먼저 와닿았다. 6세대 RAV4는 TNGA-K 플랫폼을 개선해 차체 비틀림 강성을 기존보다 약 10% 높이고, A필러와 서스펜션 타워를 직접 연결하는 NVH 구조를 적용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소음을 줄였다. 특히 시속 130km 안팎으로 인천대교를 지날 때 차분한 가속감이 두드러졌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치고 나가는 맛은 없지만 조용하고 묵직하게 차체가 노면을 따라가는 매력이 있다.

    가장 RAV4다운 모델은 하이브리드였다. 시스템 총출력 230마력, 복합연비 19.0km/L라는 숫자에서 드러나듯 초점은 효율과 일상성에 맞춰져 있다. 실제 주행에서도 차는 가볍고 담백했다. 정체 구간에서도 전기모터가 차를 부드럽고 정숙하게 끌었다. 도심과 외곽도로를 오갈 때 편안한 조향감과 더불어 안정적인 가속감이 장점을 뽐냈다. 

    ‘PHEV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 시장에 토요타가 자신감 있게 내놓은 PHEV는 신형 RAV4의 방향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모델이었다. 배터리가 충분한 상태에서는 전기차처럼 조용히 움직였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모터의 즉각적인 힘이 차를 밀었다. 엔진이 개입해도 흐름이 크게 끊기지 않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갔다.

    차체 아래에 배터리를 품고 있어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에서는 노면의 결을 비교적 솔직하게 전달하는 편이었다. 하체가 아주 고급스럽게 충격을 걸러낸다는 인상은 아니었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전기모터의 정숙성과 여유로운 출력이 단점을 상당 부분 가렸다.
  • ▲ 토요타 6세대 RAV4 센터페시아.ⓒ김서연 기자
    ▲ 토요타 6세대 RAV4 센터페시아.ⓒ김서연 기자
    GR SPORT는 PHEV의 성격을 한 번 더 단단하게 조인 모델이었다. 출력은 일반 PHEV와 같은 329마력이지만, 조향과 차체 반응에서 차이가 느껴졌다.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앞머리가 더 빠르게 따라왔고, 굽은 길에서는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고성능 SUV라기보다는 RAV4의 편안한 성격에 안정감과 중후감을 더한 모델에 가까웠다. 승차감도 일반 PHEV보다 조금 더 단단해 주행의 재미를 더했다. 

    전기차의 시대가 열리면서 1000마력을 넘나드는 고성능 모델이 등장하는 지금, RAV4는 다른 의미에서 돋보이는 차다. 유행과 상관없이 오래오래 걱정없이 편하게 탈 수 있는 차가 주는 매력이 있다. 전기차의 자극이 커질수록 이런 담백한 완성도는 또 다른 설득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