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효력 상실 후 6년째 입법 공백불법판매 광고 최근 5년간 3189건 적발의료계 "의사 재량에 맡기면 책임만 전가"현대약품 '미프지미소', 세 번째 허가심사 중
  • ▲ 임신중절의약품 '미프진'. ⓒ연합뉴스
    ▲ 임신중절의약품 '미프진'.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의약품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외직구를 통한 불법 유통과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지만, 의료계에서는 사용기준과 의료진의 책임 범위도 정하지 않은 채 허용부터 추진하면 여성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법무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임신중절의약품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지 않아 여성들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 복용하는 모양"이라며 "정부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중절 허용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 유통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법적·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관련 형사처벌 조항은 2021년부터 효력을 잃었다. 하지만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임신 주수와 방법, 처방절차 등을 규정할 후속 입법은 6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대통령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기준을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 처방 여부를 의사 판단에 맡기면 의료현장이 사법적 분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처방 대상과 허용기준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책임 범위, 이상반응 발생시 대응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신중절의약품 복용 후 임신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거나 출혈 등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의료기관과 연계한 관리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검증과 안전규정 없이 고위험 의약품을 허용하는 것은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발상"이라면서 관련 지시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입법 공백이 이어지는 동안 온라인 불법 유통은 확산했다. 식약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임신중절의약품 불법판매 알선·광고는 3189건에 달한다.

    임신중절의약품 도입 필요성 자체와 별개로 처방 기준과 안전관리체계를 먼저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대통령 지시에 따라 허가절차를 서두를 경우 모자보건법 개정과 사용 주수, 의료진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편 대통령이 언급한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임신중절의약품이다. 현대약품이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한 제품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순차적으로 복용하도록 구성한 콤비팩 형태의 '미프지미소'다. 현대약품은 2021년 이후 세 차례 허가를 신청했으며 식약처는 현재 세 번째 신청 건을 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