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토론회서 반도체 성과배분 논의 … 초과이익 개념 정립 못 해학계·경영계·민간 "개념 불분명" 지적 … "반도체는 배분보다 재투자"8월 노사정 녹서 논의체 출범 … 핵심 쟁점 두고 갈등 장기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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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 ⓒ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구상을 꺼내든 가운데 정부 주최 토론회에서도 핵심 전제인 기업의 '초과이익'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재계와 민간으로 확산하고 있다.20일 노동부와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15일 각각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혁신의 길',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를 주제로 연이어 토론회를 개최했다.두 토론회는 김영훈 장관이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 이후 "반도체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을 논의해 보자"고 제안한 데서 출발했다. 당초 지난달 1일 한 차례 토론회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청와대가 다양한 관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노동부와 산업부가 각각 별도 토론회를 열게 됐다.노동부는 AI 시대에는 기존 노사관계만으로는 성과 배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훈 장관은 "기업이 거둔 천문학적인 성과는 기업의 혁신만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라며 "투자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을 넘어 공정한 분배가 다시 건강한 재투자로 이어지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AI로 초대기업의 수익 집중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초과이익에 특별목적세를 도입해 산업 내 연구개발(R&D), 산업단지 현대화, 청년채용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에 더해 세금을 추가로 매기자는 얘기다.반면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초과이윤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며 초과이익 배분 논의의 전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재분배 문제는 국가가 나설 문제이지 기업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고용하고 투자하고 세금을 성실히 내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고, 국가는 걷은 세금으로 재분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산업부 토론회에서도 초과이익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 통념적으로는 수익이 많이 나면 초과이익이라고 생각하지만 학문적으로는 잘 정의되지 않는 개념"이라며 "최근 5년 실적만으로도 추세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
-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의
반도체 산업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안 교수는 "기업의 자본 조달은 내부 유보, 차입금 및 회사채, 주식 유상증자 순서로 이뤄진다. 수익 변동성이 큰 기업들일수록 내부 유보 이익으로 재투자에 들어간다"며 "지금은 승자독식 시장이기 때문에 미래 수익을 위한 재투자 재원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이 돼야 한다"며 "혁신을 늦출수록 결국 그 부담은 기업뿐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돌아간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성과 공유를 강조한 것과 달리 산업부는 투자 확대에 무게를 둔 셈이다.이번 토론회는 관가와 학계를 중심으로 의견이 모았지만 초과이익 정의에 대한 논란은 재계와 민간으로까지 번졌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8일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AI 초과이익 배분론과 관련해 "그게 정확히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아직 개념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최 회장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개 축으로 돌아가는데 사람들이 가끔은 자본주의라는 건 완전히 망각해버린다"며 "두 바퀴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성장 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 성장이 돼야 분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꼬집었다.작가 허지웅 씨도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서 김영훈 장관을 겨냥해 "하나부터 열까지 총체적인 엉터리"라고 일갈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한 주체가 이윤을 가져가는 것이 자본주의"라며 "초과이윤이 무엇인지 정의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한편,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8월 노동계·경영계·정부 추천 전문가, 청년·플랫폼 노동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녹서 논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다만 초과이익의 정의부터 사회연대임금의 적합성까지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