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급락에 신용투자자 반대매매 속출 이혼 사례도신용 33조원·투자예탁금 110조원 아래로 … 시장 떠나는 투자자들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하락폭 키워 개미 투자 손실 확대상승장엔 목표가 높이고 급락 뒤 하향 … 증권사 리서치 책임론 확산투자 손실 넘어 가정·결혼까지 흔들 … '무책임한 낙관론' 비판 고조
-
- ▲ ⓒGPT AI
"원래 올해 9월 결혼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주식으로 돈을 다 날렸다고 했습니다. 수익 2억원은 물론이고 신용거래까지 써서 지금은 빚만 마이너스 2억원이랍니다. 제가 주식파혼을 겪을 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최근 고점을 찍은 한국 증시가 30%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을 비판하고 주식 투자 실패를 읍소하는 사연들이 잇따르고 있다.증시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투자를 했다 원금은 고사하고 거액의 빚까지 떠안게 된 사연들도 많다.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 현실 속에서는 주식 투자 실패가 가정 파탄으로 이어진 사례도 등장했다.최근 화제가 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식 투자 실패로 이혼와 파혼을 했다는 사연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한 여성은 남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로 8000만원을 잃었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후 몰래 받은 대출과 카드론까지 포함해 손실 규모가 총 2억원에 달하고 빚만 1억2000만원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 차례 남편을 용서하고 함께 빚을 갚으려 했지만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증시 급락으로 신용거래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위험까지 커지면서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 가계와 결혼, 가족관계까지 흔드는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증시가 급등하던 시기 증권가를 중심으로 '코스피 1만 시대'를 기대하는 낙관론이 확산했던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위험 투자를 부추긴 무책임한 장밋빛 전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2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최고점에서 30% 이상 급락을 맞았다. 지난주까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하루 만에 7~10% 가까이 급락하는 장세가 반복되면서 고점에서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빠르게 불어났다. 특히 자기자금뿐 아니라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해 투자한 이들은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코스피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자 증권가에서는 기업 실적 개선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성장 등을 근거로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강조하는 전망이 쏟아졌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1만 시대'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빠르게 확산했다.개인투자자들의 기대 역시 극단적으로 높았다. 지난달 신한투자증권이 신한 SOL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 고객 13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하반기 증시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3%는 올해 코스피 최고치를 1만포인트 이상으로 전망했다. 1만~1만999포인트를 예상한 응답이 27.9%로 가장 많았고 1만2000포인트 이상을 예상한 응답도 13.1%를 차지했다.이 같은 결과는 증권사의 공식 지수 전망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시장에 '1만피' 기대감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주요 종목에 대한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높이고 매수 의견을 유지하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증시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했다는 지적이다.문제는 증시가 급락하기 시작한 이후다. 불과 얼마 전까지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강조했던 증권가에서도 최근 들어 반도체 업황의 정점 논란과 밸류에이션 부담, AI 투자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내 증권사들은 AI 투자 확대 흐름 자체는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증가세 둔화와 메모리 업황의 성장 속도 조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시장에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목표주가와 낙관적인 전망을 앞다퉈 내놓다가 주가가 급락한 뒤에야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낮추는 관행이 반복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리서치 보고서를 객관적인 투자정보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특히 증권사의 전망과 목표주가를 믿고 투자한 개인이 손실을 보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은 결국 투자자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리서치센터의 전망은 어디까지나 예상치이고 최종적인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증권사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만 반복할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 인식을 무디게 하고 '빚투'와 추격매수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거래까지 겹치면서 주가 변동성이 더욱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락 시 ETF의 기계적인 매도가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고점에서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더욱 커지고 있다.시장 냉각은 투자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공격적으로 늘어났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33조원대로 지난달 38조원대에서 감소세로 돌아섰고, 투자자예탁금 역시 단기간에 수십조원이 빠져나가며 1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증시 상승을 기대하며 신용융자를 끌어다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급락장에서 반대매매와 손실 확정에 내몰리면서 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전망이나 목표주가는 다양한 가정을 토대로 산출되는 예상치인 만큼 투자자가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도 "증권사 역시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상승장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락 위험과 투자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어 "최근에는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크게 늘면서 증시 변동성이 개인의 삶까지 흔드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결혼과 주택 마련, 노후 준비를 위한 자금까지 고위험 투자에 투입하는 사례가 늘어난 만큼 투자자의 위험관리뿐 아니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의 책임 있는 정보 제공과 시장 안정 대책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