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엔씨씨·롯데케미칼 통합…에틸렌 140만톤 감산기업 8000억 투입… 정부는 7000억+α 패키지로 뒷받침울산은 아직 '숙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가 변수
  • ▲ 전남 여수산업단지의 석유화학업체 여천NCC ⓒ여천NCC
    ▲ 전남 여수산업단지의 석유화학업체 여천NCC ⓒ여천NCC
    정부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두 번째 구조개편인 '여수 1호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대산에 이어 여수까지 사업재편이 본격화하면서 업계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하나인 울산은 여전히 구체적인 재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2일 여천엔씨씨,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디엘케미칼 4개사가 제출한 여수 국가산업단지 석유화학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이틀 전에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승인한 대산 1호 프로젝트(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에 이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 두 번째 사업재편 사례다.

    재편안의 골자는 여천NCC 1~3공장 중 이미 가동이 중단된 3공장(연 47만톤)에 이어 2공장(연 92만톤)도 폐쇄하고, 남은 1공장을 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통합해 신설법인을 세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천NCC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기존 228만톤에서 90만톤 수준으로 줄어든다. 

    한화솔루션·디엘케미칼은 각각 보유한 폴리에틸렌(PE), 접착·도료용 수지 등 다운스트림 사업을,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의 NCC와 PE·PP 등 기초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에 통합한다. 참여 3개사는 통합법인 지분을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이번 사업재편에 따라 향후 3년간 여천엔씨씨의 에틸렌 생산설비 2개소가 가동을 중단하며 감축되는 생산능력은 연간 139만톤 규모다. 업계 자율로 결정한 이번 감산량은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량(최대 370만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법인은 의료용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의료·식품·위생용 점접착제에 쓰이는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등 고부가·친환경 제품을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과 디엘케미칼은 각각 2725억원씩 총 5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여천엔씨씨의 기존 부채를 상환한다. 여기에 배관·인프라 구축과 고부가 전환 등에 2532억원을 추가 투자해 기업들이 조달하는 자금만 총 8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정부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7000억원 이상의 지원 패키지를 가동한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6500억원 상당의 금융 지원이다. 채권금융기관은 설비 통합과 고부가 전환을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2029년 말까지 협약채무 상환을 유예한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입보험료를 최대 30% 할인하고 보증한도를 최대 2배로 확대하는 등 2000억원 규모의 수입보험을 지원한다. 산업은행은 채권금융기관과 협의를 거쳐 8월 중 구체적 지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세제 지원도 병행된다. 자산 매각에 따른 법인세 과세이연 기간은 '4년 거치 3년 분할납부'에서 '5년 거치 5년 분할납부'로 확대되고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는 80%에서 100%로 상향된다. 

    취득세·등록면허세는 75~100% 감면되며, 사업재편 종료 후 2년까지 적용되는 '투자·배당 및 상생협력 촉진세'도 50% 깎아준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도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된다.

    이 밖에 올해 말까지 수입 나프타 및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무관세를 적용(156억원 규모 원가 절감 효과 예상)하고 공용 파이프랙 임대료 한시 인하, 통합 인허가 협의체 신설을 위한 석유화학특별법 개정도 추진한다.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 직무전환 훈련비 지원, 중장기 R&D 과제 3건에 248억원 신속 지원 등도 패키지에 담겼다.

    대산과 여수가 사업재편에 착수한 것과 달리 국내 석유화학 핵심 거점인 울산 산단은 여전히 구체적 재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실적이 반등하며 기업들의 감산 유인이 약해진 데다 약 9조원이 투입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올해 말 시운전을 거쳐 내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사업재편 승인기업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이번 여수 1호 프로젝트 승인은 국내 최대 화학산단인 여수에서도 사업재편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 성공하려면 무임승차 없이 모든 산단이 참여해야 한다"며 "대산과 여수에 이어 울산 지역의 사업재편 논의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업재편 이후에도 보건·의료·산업 분야 필수 생산품목의 공급 중단이 없도록 구조개편 과정을 관리하는 한편, 중동전쟁 이후 부각된 공급망 안정화 방안과 고부가·친환경 전환, 지역경제·고용 지원을 아우르는 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올 하반기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