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 면역력 증진에 좋다며 인기…식약처 "인정된 효능 없어"美·유럽 등 '초유분유' 마트서 판매안돼, 약국 관리 하에 판매中선 '영아에 초유 금지'…국내분유업체 제조 중단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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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조금 더 좋은 음식을 먹이려는 부모들 사이에 '초유' 성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분유 업체들은 이에 초유를 넣은 분유를 출시, 이제는 일반 분유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초유란 모든 포유류에서 출산 후 일주일 이내에 분비되는 노르스름한 유즙으로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 이 '초유분유'가 우리나라 마트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국가에서는 영·유아에게 '초유' 성분 자체를 금지시키고 있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분유업체의 지난해 매출 중 15%가 초유분유매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유라인 제품은 비초유라인에 비해 20%가량 비쌈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상승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초유분유를 판매하는 한 업체 측은 "분유 중 프리미엄급 초유 분유가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일반 분유보다 비싼 가격에도 프리미엄 초유 분유를 찾는 부모들이 상당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유럽·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신생아가 먹는 조제분유에 소의 초유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중국보건당국은 지난 2012년 9월 1일부터 영아용 식품에 젖소의 초유 사용을 금지시켰다. 

젖소의 초유를 장기간 섭취할 경우 영아의 건강에 대한 국내 및 해외의 과학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젖소의 초유에는 일반 우유에 비해 에스트로겐 함량이 높아 이론상 장기간 섭취 시 비정상적으로 발달할 위험을 높여줄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중국으로 수입되는 초유는 대부분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수입되는데,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소의 초유로 식이 보충제를 제조할지언정 0-4개월의 영아에게는 사용하지 않고 있고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소의 초유를 약 보충제로 관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중국으로 수출되는 분유는 초유를 뺀 분유로 따로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초유성분이 금지돼 있어 수출되는 분유만 국내에서 초유 배제한 후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젖소 초유를 생산하는 뉴질랜드와 호주 또한 6개월 미만의 영·유아용 분유에 초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을뿐만 아니라 초유급식을 일체 금하고 있었다. 초유는 건강보조식품으로만 허용되며 '약 보충제'로 엄격하게 관리됐다.

일본의 경우에는 초유분유가 제조되고 있긴 하지만 일반마트에서는 판매되지 않았고 약국에서 관리하도록 돼 있었다.

한 분유 업계 관계자는 "소에게서 나오는 초유는 송아지에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젖소의 초유가 아기에게는 효능이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젖소는 태반과 함께 송아지가 떨어져나와 송아지에게 면역글로블린G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반면, 사람은 태어날 때 탯줄을 통해 면역글로블린G를 충분히 공급받는다. 때문에 사람의 초유에는 면역글로블린A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아이에게 젖소의 초유를 먹이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완 교수 역시 "인간은 면역체계를 얻는 방법이 이미 태반으로 건너오는 게 많은데 이는 초유에 면역체계를 만드는 세포자체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세포들은 아기의 몸속에서 스스로 면역물질을 만들기 때문에 굳이 초유를 먹이지 않아도 된다. 소의 초유는 분말로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이미 세포가 죽었다고 봐야 한다. 정말로 아기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초유분유 '트루맘 후레쉬' 등을 판매 중인 일동후디스 측은 "중국에서도 초유가 성조숙증과 연관성을 조사했으나 '연관 없다'라고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국이 초유를 금지시킨 건 앞뒤 결과가 맞지 않는다. 금지했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초유가 면역력에 좋다는 국내외 연구결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제분유라는 것이 배합에 따라 분유의 차별화 포인트가 생기는 것인데 호주나 뉴질랜드의 경우 금지경우 없이 그저 그쪽 업체에서 초유성분을 넣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동후디스 측은 초유 성분이 면역력에 좋고 사람의 초유와 가장 비슷한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는 논문을 바탕으로 '초유분유'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는 아직 '초유성분'에 대한 어떤 인증도 돼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한 매체에서 '분유의 대한 대점검'이라는 주제의 방송에서는 '초유'에 관해 당시 식약청 건강기능과 관계자가 "락토페린이나 이미노글로블린 쪽으로 건강기능식품 인정받은 게 없다 인정을 받아야만 기준이 있는 건데 인증을 받은 게 없으니 기준 자체가 없다"고 전한 것이다.

즉 아이의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초유성분의 건강 기능을 직접 인증해준 기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일부 분유 업체에서는 '초유' 에 대한 갖가지 논란들을 바탕으로 '초유분유'를 제조하지 않는 곳도 존재했다. 해당 업체 한 관계자는 "초유의 효능뿐만 아니라 초유가 첨가로 인한 가격 논란 등으로 작년 초부터 '초유분유'를 만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