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유 함량·표시기준 불명확…소비자 산양분유 선별에 혼란 가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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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유는 소화 흡수가 잘 되고 올리고당 등 기능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영유아를 키우는 우리나라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런데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산양유 분유 가운데 산양유 성분이 10~40% 밖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다른 산양유 성분이 많은 제품과 큰 구분없이 똑같이 '산양분유'라고 팔리고 있었다.
지난해 삼육대학교 동물자원학과 한경식 교수팀이 '국내시판 산양유 제품 내 젖소 유성분의 혼입' 여부를 조사한 결과, A~D사의 산양분유 제품 4개 가운데 B사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의 산양유 분유 제품에서 젖소 유성분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B사의 산양분유는 성분표기상 산양유 고형분(뉴질랜드산) 44.5%, 산양유당 34%, 기타 무기질 등 영양성분 20%로 검출됐다.반면 A, C, D 등 다른 업체 제품들은 12%를 기록한 한 업체만 빼고는 산양유 고형분 함유비율이 B사와 큰 차이가 없는 41~45%로 나왔지만, 유당 성분은 △A사 국산/수입산 구분 없이 '유당' △C사 '유당(수입산)' △D사 '유당(호주산/우유)'로만 단순 표시하였고 유당 함유량 비율 표시는 없었다.한 교수는 "산양유 성분 논란이 일어 제품간 (젖소성분) 혼입도를 조사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제품 구매의 판단 기준을 제공해 주자는 취지에서 조사했다"면서 "산양 조제분유 제품에 식품성분 규격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혼입 여부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제품 선택에 유용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유업계와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현행법상 산양시유와 산양유 요구르트는 오로지 산양유로만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양분유는 성분이 규격화돼 있지 않아 젖소성분이 10~70% 혼입돼도 '산양분유'로 시판해도 법규상 문제가 없다.한 교수는 이와 관련해 "비록 법적 문제는 되지 않지만 소비자 정서 측면에서 '산양분유'라 하면 산양유 성분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게 맞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유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산양유 제품으로는 산양시유(산양유), 산양유 요구르트, 산양분유가 있다. 이 가운데 산양분유는 전통적인 유기업인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파스퇴르 등 3곳과 신생업체 아이배냇 등 모두 4곳이 유통하고 있다. 삼육대 조사대상 업체들은 A사 일동후디스, B사 아이배냇, C사 남양유업, D사 파스퇴르로 밝혀졌다.이와 관련 아이배냇은 "다른 유업체들이 산양유당과 젖소유당이 영양학상 차이가 없다면서도 왜 3배나 비싼 산양유당을 쓴 우리제품과 같은 가격으로 파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현재 산양분유 제품은 800g 한 통 기준으로 △남양유업 5만6900원 △아이배냇 5만5900원 △일동후디스 5만4900원 △파스퇴르 4만9800원에 팔리고 있다.한편 유업계에 따르면 산양유에는 우유 성분에 포함돼 소화를 어렵게 하는 '알파(α)-s1 카제인'과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β-락토글로불린'이 거의 없는 대신 모유의 성분 구성과 유사한 '베타(β)-카제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다.또한 산양유 지방은 우유 지방보다 6분의 1 정도로 입자가 작아 체내 소화 흡수가 잘 돼 유당불내증을 겪는 영유아들에게 좋고, 비타민, 미네랄, 다양한 종류의 올리고당 및 기능성 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