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영업손실 1조1037억원…창사 이래 최대 일부로 충당금 한 번에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 최근 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임금 및 단체협상'이다. 특히 올해 하투(夏鬪)는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를 놓고 사측과 노조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각 회사의 객관적·주관적 사정에 따라 노사가 깔끔하게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곳도 있고, 여전히 지지부진한 곳도 있다. 임단협이 잘 마무리 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회사가 좋은 실적을 거둬 구성원들에게 분배가 잘돼 불만이 없을 때다. 둘째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똘똘 뭉쳐 의기투합하는 경우다.

    그런데 최근 각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잇달아 발표되는 가운데, 대형 '어닝쇼크'가 발생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영업이익 4조5744억원을 기록했던 한 기업이 지난해 8020억원으로 쪼그라들더니, 지난 2분기엔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바로 현대중공업의 이야기다.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현대중공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노사가 위기의식을 갖고 욕심을 버리며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19년 연속 무파업기록을 이어오는 등 노사가 끈끈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12년 만에 강성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서며, 파업의 먹구름이 짙어진 상태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의 순간에 노조들이 "임금 올려주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러한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일부 몇몇 노조원들은 회사에 '음모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2분기 영업손실중 5000억원은 환율하락과 대형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분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로 5000억원이라는 손실분을 한 번에 반영해 위기상황을 만들고,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문제점이 발견이 되면 즉시 회계에 반영하고, 그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정상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지난 12일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총괄회장으로 선임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5000억원의 충당금을 제외하더라도 6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은 현대중공업에게 큰 상처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일부 노조원들의 억측이 서로의 신뢰에 금만 가게 하고 있다.  

    실제 조선업계 상황도 좋지 않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과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또 그 기술력을 믿고 '세계 최초', '세계 최대' 등의 타이틀을 걸며 해양플랜트를 수주해왔지만 경험부족으로 인해 입은 손실이 어마어마한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과거 마구잡이식 저가수주를 통해 얻은 이익은 고스란히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과욕의 뒤에는 언제나 참사가 따른다. 현대중공업이 현재는 세계 1위의 조선업체라고 하지만 그 타이틀이 언제까지 갈지 장담할 수 없다. 다른 경쟁국, 경쟁사들이 구슬땀 흘리며 뒤에서 맹추격하고 있는데, 파업을 벌이며 주저앉아 있다면 '세계 1위' 타이틀이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일부터 집중휴가에 돌입해있다. 오는 18일부터 현장에 복귀함과 동시에 임단협도 다시 진행된다. 이후 벌어질 협상에서는 노조가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좀 더 길게 바라보고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