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최근 행보를 보면 갑갑한 마음이 들 때가 대부분이다. 회사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는데, 월급 더 내놓으라는 노조의 생떼도 최고조에 달한 듯 싶다.

    최근 청년고용 확대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8일 선출된 신임 노조위원장은 시행 중이던 임금피크제를 없애겠다는 시대역행적 공약도 내놨다. 그것도 모자라 사외이사 선임도 노조의 허락을 맡으라고 까지 억지를 부리고 있다.

    대우조선 부실 사태로 국내 조선업계가 유례 없던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사가 처음으로 동시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할 형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리하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던 조선사 노조들도 현실감각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워낙 회사 사정이 어렵다보니 당장은 동결 수준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고, 일단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올해 초 국내 9개사 노조가 합심해 만든 조선업종노조연대도 이런 분위기 속에 사실상 유명무실화 됐다.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회사면 '배부른 귀족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국민적 비난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끝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대우조선 노조는 최근 경영정상화 전까지 무파업, 임금동결을 약속하는 등 전향적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대규모 유동성 지원에 앞선 채권단 측의 요구였지만 분명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다. 이 회사 노조도 올해 12만원대 기본급 인상을 주장하며 강경한 모습이었지만, 당장 회사가 현금부족으로 임금체불 위기에 놓이자 정신이 번쩍 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2011년 이른바 한진중공업 사태로 큰 홍역을 치렀던 한진중공업 노조는 아예 조선노연 모임에도 빠졌다. 총파업 투쟁이 노조와 사측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던 기억이 생생했던 것이다. 또 노사가 합심해 경영정성화에만 매진해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게 이들 판단이다.

    임금협상의 요구와 주장은 현실성을 가져야 한다. 거의 모든 조선사가 임금동결하고 미래를 기약한 가운데, 끝까지 인상을 고집한다면 노조활동의 순수성까지 오해받을 수 있다. 혹시나 오늘 그것을 얻더라도 내일 모두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현실감각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