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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AI 발생 제로'를 기록 중인 육계(식용 닭)에도 불똥이 튀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는 AI 감염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소비가 크게 위축된 데다 방역조치 여파로 농가 절반이 병아리 입식을 못 해 공급량이 부족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당장은 소비가 줄어 가격이 다소 내려갔지만, 계란에 이어 닭고기 가격도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AI 여파로 전국 1천500여 개 육계 농가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신규 병아리 입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AI 발생 농가를 거점으로 반경 10㎞가 방역대로 설정되는데, 이렇게 되면 방역대 내 모든 가금류 농가의 신규 병아리 입식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육계의 경우 발생 36일째인 21일 현재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의 육계 농가 2곳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왔을 뿐, 발생 농가는 단 한 군데도 없다. 예방 차원에서 도살 처분된 마릿수도 전체 닭 도살처분 규모의 3%밖에 안 된다.

    수시로 농장에 드나들며 알을 수거해야 하는 산란계 농가와 달리 육계 농가는 병아리를 입식한 뒤 양계장 내에서 한 달간 사육되다 바로 도축되기 때문에 바이러스 침투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육계 대부분이 계열화돼 있어 농가 방역 시설이 현대화돼 있는 점 등도 AI가 비켜간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AI가 산란계(알 낳는 닭) 및 오리 농가를 중심으로 사실상 전국으로 퍼지는 바람에 발생 농가 주변에 있는 육계 농가들까지 방역대로 묶이면서 정상적인 사육이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입식에서 도계 출하까지 약 한 달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장에 출하되는 신선육 물량이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AI가 산발적으로 계속 확산해 방역대 및 도살처분 피해가 늘어나게 되면 공급량은 이보다 더 감소할 여지도 있다.

    계란 가격에 이어 닭고기 가격도 폭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치킨집 등 닭고기를 취급하는 외식업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AI가 육계 농가에선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닭고기 먹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비까지 급감하고 있어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한 달간 이마트의 닭고기 매출은 전월 대비 23.3% 하락했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통점에서의 닭고기 판매는 20%가량 떨어진 것으로 육계협회는 파악하고 있다.

    김수용 육계협회 홍보팀 과장은 "육계 농가들은 육가공 기업으로부터 병아리 등 원자재를 지원받아 사육한 뒤 닭을 출하하면 해당 기업으로부터 출하량만큼 수수료를 받아 소득을 올리고 있는 구조"라며 "방역조치 여파로 병아리 입식을 못 하게 되면 그만큼 출하량이 줄게 되니 농가들이 받는 수수료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이 폭등하면 농가들은 이득을 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팔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적으니 소득 증대엔 도움이 안 된다"며 "닭고기 소비가 지금보다 더 줄게 되면 오히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현재 우리나라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장과 위험지역 내 닭·오리뿐 아니라 번식용 및 식용 알까지 이동을 통제하기 때문에 감염된 고기나 식용란이 유통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또 "설령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기라도 70℃에서 30분, 75℃에서 5분간 열처리 시 바이러스가 모두 사멸된다"며 "현재까지 닭고기 등을 섭취해서 감염된 사례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가금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본청 및 4개 소속기관 구내식당에서 월 4천300㎏ 상당의 가금류를 소비할 수 있도록 식단에 반영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도 매주 수요일을 '닭고기 먹는 날'로 지정하고 전국 농협계통사무소를 대상으로 다양한 소비 촉진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