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처분 우선… 접종국가 인체감염 발생·변이 촉진 우려
  • ▲ AI 방역.ⓒ연합뉴스
    ▲ AI 방역.ⓒ연합뉴스

    방역당국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상황과 관련해 긴급상황에 대비하고자 즉각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항원은행을 구축하겠다고 20일 밝혔다.

    다만 AI 백신 사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는 만큼 전문가와 협의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그동안 고병원성 AI 백신 개발을 위해 종독주(씨드 뱅크)를 구축해왔다. 종독주는 국가연구기관에서 선발해 기본적인 방어능에 대해 평가하는 백신후보주를 말한다.

    검역본부는 과거 발생했던 H5N1형과 H5N8형 바이러스 각 1종에 대해선 백신후보주를 구축한 상태다. 올해 대유행하고 있는 H5N6형 백신후보주는 개발 중이다.

    검역본부는 도살처분 정책을 우선으로 하되, 긴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종독주를 토대로 항원은행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항원은행은 백신 완제품을 만드는 직전 단계로, 백신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해 냉동 보관한 상태를 가리킨다. 항원은행이 구축되면 접종 결정 2주 만에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

    다만 검역본부는 인체감염 우려 등 백신 사용에 대한 논란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검역본부 설명으로는 외국에서 AI 백신을 사용하는 곳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이다. 이들 백신 접종 국가에서는 고병원성 AI가 지속해서 발생한다. 인체감염 사례가 발생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백신 사용의 단점으로 바이러스 변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꼽힌다. 가까운 중국만 봐도 광범위한 백신 접종으로 변이된 다양한 바이러스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발표를 보면 국내에서 유행하는 H5N6형의 경우 변이가 많이 이뤄지면서 중국에 총 34개의 세부 유형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AI의 경우 다양한 유형에서 수많은 변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도 백신 사용의 걸림돌이다. AI 바이러스는 세계동물기구(OIE) 기준으로 H 단백질은 최대 18가지, N 단백질은 최대 11가지가 있다. 이론상으로 총 198가지 바이러스 조합이 가능하다.

    같은 겨울철 불청객이지만, 바이러스 종류가 7가지여서 백신이 모두 개발된 구제역과 차이 나는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축산선진국에서는 이런 이유로 도살처분 정책을 우선 사용하며 도살처분만으로 박멸하기 어려울 때 백신접종을 검토한다는 게 검역본부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방역활동만으로 AI를 억제하기 어려울 때 관련 산업과 공중보건 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백신접종을 결정하며 이때도 AI 발생범위와 가금의 종류, 백신 효능 등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고병원성 AI가 상재하는 중국과 연접해 있고 철새 이동경로 상에 몽골, 러시아 등이 있어 매년 AI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항원은행 구축에 관한 세부 내용은 전문가와 계속 협의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9일 현재 고병원성 AI 신고 건수는 총 93건으로, 이 중 77건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6건은 검사 중이다. 8개 시·도 28개 시·군에서 발생해 총 208농가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364농가에서 1790만5000마리를 도살·매몰 처분했고 앞으로 14농가에서 201만4000마리를 도살처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