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여신심사 강화 '풍선효과'로 13개 생보사 부동산대출금 6조원 늘어NH농협생명 1년 전보다 2.5배 증가
  • 지난해 국내 주요 생명보험회사의 부동산담보 대출 규모가 1년새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장기화와 지난해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생명보험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출규모 1000억원 이상인 13곳의 부동산대출금은 34조81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2015년 11월(28조2867억원)보다 6조5288억원(23.1%) 증가한 수치다.

    생보사의 부동산담보대출금은 가계와 기업의 부동산담보대출이 모두 포함돼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는 삼성생명이 16조214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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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신한생명, 흥국생명 순이다. 

    13개사 가운데 10개사는 1년 전보다 부동산담보대출금이 일제히 늘었다.

    농협생명은 전년 대비 2.5배 증가해 가장 많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KDB생명, 메트라이프생명, KB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현대라이프생명, 한화생명 등 8개사는 두자릿 수 비율 증가했고 흥국생명은 2% 증가했다. 

    농협생명의 경우 기존에 신용대출로 분류됐던 회계계정이 지난해 9월에 부동산담보대출로 재분류되면서 대출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농협생명은 부동산담보대출에서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PF대출이 1년새 1조원 가량 증가했고 주택담보대출금은 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KDB생명의 경우 전체 대출 규모의 100%가 주택담보대출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초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강화 등으로 보험업계에 오는 고객들이 생기면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사들은 부동산담보대출의 98~99%가 주택담보대출이다.  

    생보사 13곳이 취급하는 대출채권에서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는 보험약관대출(37조5671억원) 다음으로 많다. 보험약관대출은 지난 2015년 11월 대비 3.3% 증가했다. 생보사는 저금리 장기화로 자산운용이 어려워지자 부동산담보대출 등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서 높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2금융권에 손을 내미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주택담보대출 심사과정에서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빌리고, 빌린 돈은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한 제도다.

    은행권은 지난해 11월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529조원으로 2015년 11월(471조원) 대비 12.3% 증가했다. 은행권 주담대가 2015년 11월에 1년 전(401조원)대비 증가율이 17.5%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증가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1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기준이 강화되면서 증가율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권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됐는데, 삼성생명 등 9개사는 심사가 적용되기 전인 6월과 비교해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채권 투자만으로 수익이 나기 어려워지자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