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3300명 상반기 내 정규직 전환직원 간 형평성‧인사적체 등 해결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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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직화' 네 글자에 기업은행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춘 건강한 행보지만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어 뒷맛은 개운치 않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는 최근 본점 대강당에서 정기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했다.

    쟁점은 단연 준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었다. 직원들의 불만 성토대회를 보는 듯 업무 현장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A직원은 "정규직 전환 관련 지난달 26일 설명회 후 6일 뒤인 지난 2일에 노사 공동 선언문에 사인했다. 기존 정직원들에게 이렇다 한 설명없이 진행한 것은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하다"며 "기존 5급 직원들이 아우성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는 내부 직원들 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전 직원이 이번 설명회를 들은 후부터 준정규직과 정규직 직원들의 영역이 갈라져 보이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며 "준정규직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 혜택을 받게 되지만, 기존 정직원들에 대한 혜택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나기수 노조위원장은 "노사 간 합의를 했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진 못한다. 큰 틀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봐주길 바란다"이라며 "준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가장 먼저고, 그다음이 기존 정직원과 이미 전환된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사 합의사항은 새로운 직급 신설 없이 5급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이 핵심인데, 여기서 논란이 되는 기존 전환된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나기수 위원장은 "준정규직이나 정규직 직원 모두 불만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제 전환될 직원들도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존 정직원과 이미 전환된 직원들에게 피해 없게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B직원도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면서도 "준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영업점 창구 구성 등 업무가 어떻게 나뉘는지 기존 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의 승진 인사 적체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전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또다른 적체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C직원은 "몇 년 전만해도 한 해에 신입생이 500여명 가까이 들어왔고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승진 적체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해결방안을 만들어놓지 않는다면 또 승진 인사가 쌓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나기수 위원장은 "승진 인사에 대해서는 많이 풀어내고 있지만 몇 천명이 한꺼번에 몰리면 적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예전에 신입생이 한 해에 1000명 이상 들어왔던 것이 인사 적체의 밑거름이 됐다. 인사부와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기업은행 노사가 정규직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고용정책에 기인한다. 새정부가 비정규직 제로화, 일자리 체질 개선 등을 중점 과제로 삼으면서 공공기관부터 민간기관까지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기업은행 노사는 준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노사 공동 TF를 구성, 여러 차례의 공청회 및 설명회와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노사가 함께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에 강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노사와 직원들간 의견차뿐만 아니라 준정규직과 기존 정규직 직원들 간 갈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김도진 은행장 취임 후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규직화에 속도가 붙은 것은 맞다"며 "진행 과정에서 모든 직원들이 찬성하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협상을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3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면서 생기는 임금 체계 문제에 대해서는 "준정규직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보기 위해 자격증 취득, 교육 등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직원들은 노동에 따른 합당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2일 공동으로 준정규직(무기계약직)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키로 전격 합의했다.

    이와 별도로 비정규직인 기간제·파견용역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외부전문가 협의체도 꾸려 활발히 논의 중이다. 기간제 근로자 및 협력업체의 파견용역직 근로자는 환경미화원, 운전기사, 청원경찰 등 2000여명이다.

    무기계약직은 창구 텔러, 사무직원, 전화상담원 등 3300여명에 달하며, 상반기 내 일괄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