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장위뉴타운 등 올해 5천가구 일반분양

  • 서울 뉴타운 사업지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일반 분양에 돌입하며 사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곳이 있는가 하면 조합 설립조차 이뤄지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15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흑석 △장위 △북아현 △수색·증산 등 7개 뉴타운에서 5357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반면 한남, 중화뉴타운 등은 일반 분양 이전에 착공에 들어간 구역도 현재 없는 상황이다.   

    사업지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주민들이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개발을 추진하지만 사업성이 낮은 경우 △조합 내부에 갈등이 있을 경우 등 때문이다.  

    실제로 용산구 한남뉴타운은 서울 중심에 있는 데다 남쪽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높은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한남뉴타운 다섯 구역 중 착공까지 진행된 곳은 아직 없다.

    한남뉴타운 1구역은 대로변에 인접해 지역 내에서 집값이 비싸지만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민 자체가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경우다. 2~5구역은 조합이 활동하고 있지만 사업 진척이 더디다.   

    한남뉴타운에 있는 A 공인중개소 대표는 "1구역은 지정 해제가 될 것 같다. 2구역도 이태원 상권과 가까워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며 "단독주택이 많은 4구역은 조합 설립 동의서를 받는 것이 늦었다. 5구역은 조합장 선출 등 내부 문제로 개발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많은 가구가 공급될 3구역은 조합과 주민 모두 개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한강 경관 등을 고려해 건축 심의에서 건물 높이를 제한했다. 높이 규제를 강하게 반대하던 조합도 결국 이를 수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랑구 중화뉴타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하철 7호선 중화역, 1호선 신이문역, 동부간선도로 등 뛰어난 교통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보상 요건이 복잡하고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  

    현재 중화뉴타운 2~4구역은 모두 지정 해제됐다. 재개발 절차를 밟고 있는 1구역은 오는 18일 시공사 입찰 신청을 마감할 예정이다.

    중화뉴타운에 있는 B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 지역은 전월세로 거주하는 70대 이상 노인들이 많아 철거, 이주, 보상 등이 어렵다"며 "시공사 선정을 앞둔 1구역도 조합과 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밖에 △신림△상계 △시흥뉴타운 등도 아직 착공에 들어간 구역이 없다. 영등포, 노량진뉴타운 등은 많은구역이 지정 해제되고 일부 구역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창신·숭의뉴타운은 주민들의 요청으로 2013년 뉴타운 지정이 취소됐다.

  • ▲ 한남·중화·신림뉴타운 등은 아직 착공까지 진행된 구역이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한남뉴타운 3구역에 있는 낡은 주택 모습.ⓒ뉴데일리경제
    ▲ 한남·중화·신림뉴타운 등은 아직 착공까지 진행된 구역이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한남뉴타운 3구역에 있는 낡은 주택 모습.ⓒ뉴데일리경제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와 선거 등 정치적 변수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2~2007년에는 '뉴타운 광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개발도 늦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에선 뉴타운을 무리한 개발이라며 비판하지만 서울에 노후 주택이 많은 상황이다"며 "결국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 시행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정치인들이 각종 선거에서 뉴타운 관련 공약을 남발해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며 "또 서울시장과 구청장이 야당으로 바뀌면서 전면 철거 방식보다 도시 재생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뉴타운이 힘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뉴타운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선 소규모 개발로 방침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량 철거, 대량 공급 방식의 뉴타운은 개발이 불필요한 구역까지 포함되는 한계가 있다"며 "일부 슬럼 지역 위주로 개발하면서 소량만 공급하는 형태로 개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