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뿔 걸린 중국에 한국경제 몸져 누울 판 자금지원도 승자독식 '돈이 안돈다'


  • ▲ 뉴데일리경제는 9일 세계경제 침체 속 한국경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성호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우상하 지앤비교육 부회장.  ⓒ 정재훈 기자
    ▲ 뉴데일리경제는 9일 세계경제 침체 속 한국경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성호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우상하 지앤비교육 부회장. ⓒ 정재훈 기자



트리플 절벽에 선 한국경제가 절규하고 있다. 북한의 핵도발, 유가 하락, 중국 증시 폭락 등 잇따른 악재로 수출, 고용, 물가 지표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가 청년 취업을 늘리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법은 끝끝내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 달성은 녹록치 않다는 전망이 많다. 

<뉴데일리경제>는 세 차례에 걸쳐 경제현장에서 뛰는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경제의 상황을 진단해 보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연재한다. 

본지 양원석 차장의 진행으로 1회 '산업붕괴 위기'에 이어 2회 주제는 '세계경제 침체 속 한국경제'로 중국 의존 수출 탈피, 한중일 경제 삼국지, 중기육성정책 수립 등을 살펴봤다. 

참석 패널은 ▲이성호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운영위원·UN 산하 NGO 구생회 이사·<미래진단: 세계화 후폭풍, 한국경제를 덮치다> 저자) ▲금은섭 지앤에스글로벌 대표이사 (전 청주대학교 레이저광정보공학 겸임교수·전 하이닉스 공정팀장·제조팀장·고려대 물리학과 동 대학원 물리학과 졸업) ▲우상하 지앤비 교육(주) 부회장 (생명의나무F&B(주) 부사장·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동대학원 신문방송대학원 졸업)이다. 


◆ "中 의존형 수출 탈피, 中企 키워야"

- 양원석 차장 
우리 경제의 실태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이미 바닥을 치고 있다. 경제 지표가 뚜렷한 하향곡선을 나타내고 있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출 부진이다. 지난 2월 수출은 14개월째 뒷걸음질해 역대 최장 기간 감소세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내수가 허약한 상태에서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다보니 우리 기업과 경제의 앞으로 전망이 좋을 리 없다. 한국 수출이 이처럼 역대급 위기에 내몰린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지 각자 의견을 말씀해달라. 

- 이성호 위원 
지난 10년 간 우리 수출은 중국 의존도가 50%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 수출적신호가 매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수출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의 중국이 기초산업 생산 설비를 확충, 내수 자급률을 높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급감했다. 국제유가 폭락에서 보듯이 재화들의 공급과잉으로 디플레이션은 범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제 관점에서는 현재 위기는 어떤 나라도 피해가지 못한다. 전 세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후폭풍을 맞고 있다. 

- 금은섭 대표 
현 상황은 이성호 위원 말처럼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나 언론은 과거 환율 때문에 수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1달러 당 환율은 500원, 600원 선이었다. 지금은 1200원대 수준인데도 또 환율 이야기를 한다. 정부가 수출의 어려움을 다각도로 보지 않고 있다. 환율에 관계없이 기업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 환율만 바라보고 있으니 세계 경제 흐름에서 항상 우리는 뒤처지는 역할 밖에 못한다. 한국 경제가 암담하다. 

- 우상하 부회장
수출 정책 자체가 정부 주도형으로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한방 맞으면 침몰하는 형태다. 사업을 다원화해 경쟁력 있는 품목을 키워야 하는데 철강, 조선 등 침몰하면 우리나라가 흔들리게 된다. 강소기업이 많은 국가들은 다르다. 정책에 반영할 부분이다 보니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만 파는 게 아니라 의료, 관광, 한류 등도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 ▲ 이성호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 이성호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겪고 있는 위기는 어떤 나라도 피해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 정재훈 기자



  • ◆ "막 싹 틔우려는 업체, 정부 지원받기 어려워"

    - 양원석 차장 
    정부가 수출주도형 경제의 틀을 바꾸기 위해 각 산업별 구조조정도 하고, 경제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현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 지 궁금하다. 

    - 금은섭 대표
    솔직히 정부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은 현장감이 떨어진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곧장 업무에 투입되는데 실무경험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정책을 다방면에서 자문을 구하고 수립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학교에 계신 교수님들, 고시에 합격한 공무원 두축이 진행하니 겉도는 부분이 많이 있다. 

    - 양원석 차장 
    예를 들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특혜보증을 포함해 정부가 정책 자금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실질적인 지원을 못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 금은섭 대표 
    자금 조건을 보면 법인 설립이 3년 이상돼야 하고 신용도 높고, 담보도 있어야 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지원을 받기 막막하다. 기존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곳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제 막 싹을 틔우려는 곳은 영양분을 공급해 줘야 하는데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다. 

    - 우상하 부회장 
    맞다. 지금 공무원들은 호랑이 가죽은 탐나지만 호랑이는 겁내하고 있다. 성과는 내고 싶지만 돈을 주면 성과가 못 돌아오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너무 조심해서 예산을 집행한다. 소상공인은 천만원 지원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 "정치가 경제 지배하는 시대, 총선에 경제 멈췄다"

    - 이성호 위원
    정책의 기획, 입안 이 과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기술 지원을 위해서는 특허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불경기일 수록 정책자금을 지원받기 더 어렵다. 문제는 중소기업지원 정책자금이 지원이 안될 때는 이 자금들이 정책금융공사나 다른 정부금융기관으로 다시 흘러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자도 붙는다. 꼭 지원을 해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소기업이 자라날 수 있겠느냐.  
    특히 호랑이 비유는 굉장히 공감된다. 정책입안자들 중간관료분들 같은 경우, 행시 출신, 교수 출신들은 현장 경제인 입장을 공감하기 어렵다. 기업인들은 자기 목숨을 걸고 재산을 담보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 경제의 목소리를 들어야 중기가 살아나고 대기업과 연계하지 않아도 중소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다. 

    - 우상하 부회장
    제가 헛깨나무 원료회사를 하는데 연간 2000억원 규모 수익을 내고 있다. 처음 헛깨나무 개발을 위해 농림부나 산림청의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100개 아이템이 나오면 그 중 하나만 성공하는 시대이다. 헛깨나무가 잘 된 뒤에 정책자금 받기 수월해졌다. 두번째로 옻나무를 개발하는데 개발지원비로 80억을 받았다. 즉, 승자 독식구조로 검증된 사람에게만 지원이 집중된다. 성공한 기업은 꾸준히 지원하고 실패한 기업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 ▲ 금은섭 대표는
    ▲ 금은섭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는 대공황이 왔다고 생각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재훈 기자


  • - 금은섭 대표 
    영국의 한 교수가 중국이 몇 년 안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대공황과 비슷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35년이상 급격한 성장한 나라는 위기를 맞았다. 중국의 성장이 벌써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조만간 도래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 의존도가 최고이기 때문에 한국은 돌파구가 없다. 대공황이 왔다고 생각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 이성호 위원
    현재는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이다. 국회가 선거를 앞두자 수개월 째 경제 입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호소를 해도, 경제계에서 요청을 해도 그대로다.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 등 경제개혁 법안들이 빠르게 추진되고 바퀴가 굴러가야 중소기업들도 숨통이 트이고 새로운 일감도 생기고 매출도 발생하게 된다. 총선 정국에서는 경제가 멈췄다. 


    ◆ "中서 돈 벌고 日서 까먹는 구조 벗어나야"

    - 양원석 차장
    정부의 중소기업 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법이 필요할 지 설명해 달라.

    - 이성호 위원 
    수소산업으로 예를 들면,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소사회 건설을 약속했다. 수소 자동차가 도요타에서 첫 출시가 됐고 첫 고객은 아베 신조 총리였다. 일본은 수소 산업화를 위해 클러스터를 형성했는데 그 안에 일본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인 닛산, 혼다 등이 포진해 있고 연구를 담당할 대학, 부지를 제공할 지자체, 중소기업 등이 포함돼 있다. 물론 대기업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특허 개발이 됏을 때 이 기술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모델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기술 개발과 자본의 공유가 될 만한 공동체를 정부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 


  • ▲ 우상하 부회장은
    ▲ 우상하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시장구조가 완벽하게 대기업 중심"이라며 "중소기업이 제도권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 정재훈 기자


  • - 우상하 부회장
    우리나라의 시장구조는 완벽하게 대기업 중심이다. 편의점이 시골 촌동네까지 들어갔다. 헛깨나무로 개발한 쿠퍼스를 4대 편의점에 납품하는데 입점료만 2억4000만원을 냈다. 상품을 개발해도 팔데가 없다. 제도권에 물건을 내보내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손자 회사라도 잡아야 한다. 시장은 메이저와 마이너 구분없이 올라운드 플레이인데 정책적인 완충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 금은섭 대표 
    우리나라가 앞으로 살 길은 전 세계적으로 장사를 해야하는데 자금력, 인프라 모두 부족하다. 중동 쪽은 국부펀드로 나라 산업을 지키고 육성한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을 뺀 소규모 업체를 대상으로 이런 펀드를 조정해서 자금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 양원석 차장 
    한중일 세 국가의 경제상황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소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로 표현되기도 한다. 

    - 우상하 부회장 
    현재 한중일 무역은 간단하다. 중국에서 벌어서 일본에서 까먹는 구조이다. 조선, 가전 등 일본은 원천 기술을 갖고 중국에 팔아 수익을 내고 있는데 이미 가전, 휴대폰, 자동차 등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넘어섰다. 개인적으로 실패한 품목은 빨리 포기하고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국에서 잘 되는 사업이 화장품이다. 문화 콘텐츠도 활발하다.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벌써 조회수가 중국서 2억건이 넘었다고 한다. 우리가 잘하는 산업으로 이동해서 아젠다 세팅을 새로 해야 한다.  

    - 금은섭 대표 
    일본 같은 경우, 기초 산업을 토댈 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많이 육성하는데 우리나라는 자체 부품 생산 비중이 50% 미만이다. 경쟁력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거다. 원가경쟁력은 중국에 처지고, 순수 학문을 가르치는 대학도 거의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과 무역 등을 논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고교 때부터 기초 산업, 경제지식 등을 가르쳐야 한다. 

    - 이성호 위원
    일본과 중국의 장점은 철저하게 정부 주도로 세계 경제위기를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중국은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접근, 산업을 양성하고 있다. 일본 역시 수소산업이나 첨단 기술 개발의 산업화, 수익화를 위해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가 서 있다고 밖에 설명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