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의회 예산안 의결했지만...세입 없는 ‘깡통’ 예산 불과
  • ▲ 경기도청. ⓒ 경기도 제공
    ▲ 경기도청. ⓒ 경기도 제공

경기도의회와 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지역 어린이집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의회가 장부상으로만 관련 예산을 편성한 추경예산안을 심의·의결하면서 파문을 키우고 있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정 교육감이 있는 경기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도내 어린이집의 파행운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는 26일 제309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경기도가 낸 추경예산안을 의결했다. 도의회를 통과한 예산내역을 보면 만 3~5세 무상보육을 위한 올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5,459억원이 ‘장부상’ 포함돼 있다.

앞서 경기도는 올해년도 예산안 심사가 늦어지자 올해 초 두 달치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분 910억원을 준예산으로 편성·집행했으며, 이 부분도 위 예산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위 예산은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깡통’ 예산이다. 경기도가 추경안에 반영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도교육청의 전출금으로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따라서 경기도의회가 의결한 5,459억원은 장부상으로만 세입이 잡힌 허수의 예산이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도가 ‘선 집행 후 정산’의 방법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방법도 근본적으로 막고 있다.

경기도는 예산안이 도의회를 통과되면, 우선 예산을 집행해 시군에 내려 보낸 뒤, 도교육청에 정산을 요구할 계획이었으나, 이 마저도 어려울 전망이다.

도의회가 위 예산을 의결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도의회 상임위원회인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간 ‘합의’를 거치지 않으면 집행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 예산은 경기도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집행과 관련해 도의회가 道의 손과 발을 모두 묶은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도 내부에서도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남경필 지사는 이날 본회의에 출석해 “아이들과 학무모들이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불편을 겪게 하지 않겠다. 의회도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며 도의회의 결정에 우회적으로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더민주가 장악한 경기도의회와 속칭 진보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 중앙정부와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회와 도교육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경기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경기도내 일부 시군에서는 어린이집 운영비는 물론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도의회와 도교육청이 ‘유아 보육료 지원’을 정치쟁점화하면서 경기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기초자치단체들도 늘고 있다. 수원과 용인, 평택, 여주, 연천 등 5개 시·군은 추경예산안을 별도로 편성해 어린이집 누리예산을 자체적으로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