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막바지인 현대상선 경영 정상화 절차 수순 한진해운 '거북이 걸음' 구조조정 성과 진척없어어
  • 2016년 상반기 해운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이슈와 현안들이 많았다. 조선·해운업종이 구조조정 여파로 들썩인 가운데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 보다는 시장논리에 입각한 자율적인 구조조정으로 강도 높은 자구안 마련이 촉구됐다. 현재까지 해운업계의 양대산맥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이행중이다. 특히 현대상선보다 뒤늦게 구조조정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경우 용선료 인하, 채권단 협약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난무한 상태다.

    ◇상반기 해운 구조조정 핵심 키워드 
    '용선료 인하·채무 재조정·해운동맹 가입'

    먼저 수술대에 오른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 자율협약 조건을만족시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막판까지 해외선주들과 줄다리기를 했던 용선료 협상에서 현대상선은 21% 인하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은 현대상선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남을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였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뿐만 아니라 채무 재조정도 마무리하면서 정부가 제안한 자율협약 조건을 하나둘씩 맞춰 나가고 있다. 채무 재조정은 지난 6월 1일 마무리됐다. 현대상선은 5월 말부터 잇달아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8042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와 무보증신주인수권부사채의 만기 시점을 모두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채무 재조정안은 회사채를 50% 이상 출자 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원금에 대한 이자는 모두 연 1%로 낮추고 분기별로 변경 지급한다.

    부채비율도 많이 털어냈다. 현대상선은 지난 6월 3일 대주주 지분을 7대1 추가감자 결정하면서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대주주인 현대계열 지분은 기존 22.6%에서 1.4%로 줄어들고 그 대신 채권단 지분이 40%까지 올라갔다. 그로인해 부채 비율도 200%대로 내려갔다. 경영 정상화 방안이 이행되면 현재 5309%인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올해 말 226%로 낮아진다.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마지막 구조조정 핵심인 얼라이언스 가입에서도 빛났다.  

    지난달 23일, 현대상선은 보도자료를 통해 얼라이언스 '2M' 가입 논의를 개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현대상선은 그 동안 얼라이언스 가입을 위해 '디 얼라이언스'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2M과도 가입 의사를 타진해왔다. 최근 2M이 협력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가입을 위한 본격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는게 현대상선 측 설명이다. 

    2M은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1, 2위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과 스위스의 MSC가 결성한 얼라이언스다. 

    당초 현대상선이 가입하려 했던 '디 얼라이언스'에는 독일선사 하파그로이드, 일본선사 NYK와 MOL, 그리고 한진해운이 속해 있다. 그동안 한진해운 측은 현대상선의 디 얼리이언스 가입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 결과 현대상선은 디 얼라이언스 미편입을 내려놓고 2M과의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 입장에서 봤을 때 오히려 잘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구조조정 막바지인 현대상선은 향후 영업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단기적으로는 빠른 시일 내 영업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익 개선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중장기적으로는 영업력 및 비용 경쟁력 제고를 통한 조기 흑자 전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당장 지난달 17일 중국상하이를 시작으로 지역별 영업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어느정도 구조조정에 막바지인 현대상선과는 달리 한진해운은 유동성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다. 아무것도 진전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해운은 22개 선주사와 용선료를 협상 중이다. 

    지난 5월4일 뒤늦게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용선료나 채무 조정과 별도로 연말까지 1조원의 부족한 운영 자금을 채워야 한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측은 자율협약 조정 중 4000억원대의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채권단에 일부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사정이 안좋지만 이 정도의 자구안은 마련해 보겠다는 의미로 채권단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채권단은 회사 내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아울러 조양호 회장의 사재 출연까지 압박하고 나서 관련업계 이목이 더욱더 집중됐다. 이를놓고 한진그룹에서는 더이상의 내부 자금 출혈은 있을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단 급한불부터 끄고 보자는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한국과 중국·일본·동남아를 오가는 아시아 역내 8개 노선의 영업권을 ㈜한진에 621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관련업계는 결국 한진그룹에서 자금을 수혈해 주지 않는 이상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정부 측 입장에서도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상 더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 측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 측은 하반기 구조조정에 더욱더 속도를 낼 계획이다. 

    채권단 측은 기업 및 채권단 중심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엄정평가와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한 신속집행 등 3대 원칙을 준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하반기 구조조정 전망은? 
    정부, 구조조정 마무리 윤곽에 따라 합병 추진도 가능 

    해운업계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존중하면서도 그동안에 주장해왔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개선 필요에 대해서는 전초와 같다고 밝혔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아직 해운업 구조조정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산업적·군사적 전략지인 항만이 외국회사에 넘어가고 있는데도 정부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국적선사들도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항만 터미널 지분을 외국 자본에 매각하고 있는데도 남의 집 일처럼 구경만 했다"며 "지난 대선 때 정부에서는 해운산업의 중요성과 국적선사 보호 필요성을 피력한 만큼 실천에 옮길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 해운해사연구원 본부 박영선 연구위원은 "구조조정 이후가 더 큰 문제"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해운업이 브렉시트로 인해 더욱 침체기를 걷고 있다. 좀 더 계획적인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구조조정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는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합병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쏟아냈다. 여건에 따라 한쪽이 흡수 합병하는 상황도 초래될 수 있다는게 관련업게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합병설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아 두 선사간의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는 양사 합병을 놓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진해운의 정상화 추진 상황을 봐 가면서 합병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협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행이고 이는 현대상선으로 흡수 합병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