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억원의 보조금으로는 폐선 및 선박 발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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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해운·조선 업계가 친환경 선박 시대로 진입하면서 폐선 보조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환경규제를 시행하면서 친환경 선박 수주에 대한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조 발주에 대한 부담감으로 해운업계가 노후선 폐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어 정부의 구체적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노후 선박 교체를 위해 내년에 40억원대의 친환경 보조금 예산을 편성했지만, 예산 확보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IMO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오는 2019년 9월 8일부터 시행한다. 또한 황 함유율이 0.5% 이하인 선박연료유를 써야 하는 황산화물 배출규제는 2020년 1월 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할 수 없기 때문에 선주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으로 교체하거나 스크러버 설치, 고유황유보다 50% 가량 비싼 저유황유를 쓰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내항선의 60% 이상이 노후 선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이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내항선의 63.1%가 선령 20년 이상의 낡은 선박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령이 25년이 넘는 초고령 선박도 전체의 38.3%를 차지했다. 

정부는 43억원의 폐선 보조금을 편성하면서 선사들이 환경규제에 발맞춰 노후 선박을 폐선하고 보조금을 활용해 친환경선박을 교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친환경 선박 수주 소식도 연이어 들려왔다. 앞서 7월에는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LNG 추진 유조선 2척을 수주했고, 현대중공업도 9,10월 액화천연가스(LNG)로 추진이 가능한 초대형 광석운반선 15척을 수주했다.

그러나 정작 선주 입장에서는 신조 발주보다 스크러버를 배에 설치하는 방안과 비싼 저유황유를 쓰는 방안이 최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장 신조 발주에 나서기보다 지금 가진 선박을 최대한 활용해 환경 규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 해운업체들의 노후 선박 교체를 이끌어야한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1000GT(총톤수) 이상 노후선박이나 600DWT(중량톤) 이상 단일선체유조선에 대한 폐선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 업계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통해 중국 선사들이 자국 조선소로 선박을 발주하게 됐고, 선사와 조선사 모두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으로 노후선의 폐선이 앞당겨지면 선사는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고, 조선사는 신규 수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보조금 관련 논의만 진행 중인 상태로 중국과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43억원의 보조금으로는 폐선을 하고 선박 발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예산을 정해놓기보다 선사가 폐선을 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준다든지 국내 조선소로 발주가 이뤄질 수 있게끔 친환경선박법 등을 통해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펼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