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적체에 입주 폭탄까지… "미분양 우려 현실화"수도권 주택시장 불안에 향후 공급물량도 고전 예상
  • ▲ 신혼희망타운 이미지. ⓒ신혼희망타운
    ▲ 신혼희망타운 이미지. ⓒ신혼희망타운

    문재인 정부의 '간판' 주거복지상품인 신혼희망타운이 2회차 분양에서 청약 미달을 기록, 험로가 예상된다. 신혼희망타운 입지 발표 당시 '집값 하락 지역이나 비인기 지역이 많이 포함돼 미분양 가능성이 있다'던 전문가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약센터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 고덕지구 신혼희망타운은 596가구 모집에 965명이 신청, 평균 1.61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55㎡A는 400가구 모집에 2배가량인 807명이 몰렸고, 55㎡B는 67가구  모집에 91명이 청약했다.

    이와 달리 46㎡A에는 96가구 모집에 절반을 조금 웃도는 54명, 46㎡B는 모집정원 33가구에 훨씬 못 미치는 13명만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첫 신혼희망타운으로 지난달 말 공급된 위례 신혼희망타운이 평균 53.5대 1, 최고 1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46㎡도 A타입은 21.6대 1, B타입은 8.8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이 단지는 우선공급 4개 타입 중 3개 타입의 가점이 만점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들 신혼희망타운은 모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돼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로또 단지'로 주목받았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위례 신혼희망타운에 수익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대출기간과 자녀 수 등에 따라 시세차익을 10~50%까지 주택도시기금과 나눠야 하도록 했다.

    반면 위례 신혼희망타운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았던 평택고덕에는 시세차익에 대한 환수조항이 빠졌다. 하지만 주변 단지에 비해 여전히 분양가가 낮게 나와 청약 전부터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평택시 고덕면 고덕국제화계획지구 A16블록에 2020년 4월 입주 예정인 '신안인스빌 시그니처' 전용 84㎡ 분양권은 3억 중반~4억 중반대에 형성됐다. 3.3㎡당 1100만원이 넘는다. '고덕 동양파라곤' 전용 71㎡도 3억5000만~4억3000만원대에 형성돼 평당 1200만~1300만원 수준이다.

    반면 평택고덕 신혼희망타운 분양가는 전용 46㎡가 1억9800만원, 전용 55㎡가 2억3600만원으로 3.3㎡당 1000만원이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위례 신혼희망타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로또 청약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던 이유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평택 일대가 지속적으로 미분양이 적체된 데다 입지상 위례보다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평택시는 지난해 11월 기준 미분양물량이 868가구로, 지난해 6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입주물량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신혼부부들이 전세를 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공산도 크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고덕신도시에만 올해 324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평택시 전체로도 1만6000여가구가 입주 대기 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평택 입주물량이 1만6000가구 정도 된다"며 "입주물량이 많다보니 저렴한 전세가 많고, 굳이 집을 매입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위례의 경우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평택은 1억원대 집을 구할 수도 있다"며 "저렴한 전세를 구할 수  있는 신혼부부들이 주택 구매에 대한 니즈가 강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위례와 평택고덕 신혼희망타운의 경쟁률이 큰 차이를 보인 것처럼 앞으로 공급할 신혼희망타운도 입지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평택의 경우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공급물량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도 경쟁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수도권 주택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인데다 2분기 서울 중랑구 양원지구 405가구 이후로는 수도권에서도 집값 하락 지역이나 비인기 지역 물량이 꽤 많아 청약에서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023년까지 신혼희망타운 1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에도 신혼희망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