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올해 전망치 여섯 차례 하향 조정2%대 간신히 턱걸이…1%대 추락 가능성도물가상승률도 낮춰…내년 1.0% 상향 전망이주열 총재 "韓경제 바닥 다져나가는 단계"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9일 한은 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9일 한은 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또 내려 잡으면서 마지노선인 2%대에 걸쳐졌다. 지난해 2.9%에서 올해 2.0%까지 여섯 차례 낮춰 잡은 것이다.

    성장률 하향은 이미 기정사실이었고, 정부의 재정집행 효과로 4분기 GDP가 0.97% 이상을 나타내야 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1%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무시 못하는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 "올해 수출·투자 부진…성장 모멘텀 약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월 경제전망 이후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국내경제를 짚어본 결과 올해 성장률은 2.0%, 내년은 2.3%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정부 전망과 마찬가지로 2%대를 유지했으나 올해(2.2%)와 내년(2.5%) 수치 모두 0.2%포인트 낮아졌다. 3분기 GDP가 지난 연간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회복 지연, 수출과 투자 부진, 소비 증가세가 둔화한 점을 반영한 결과다. 

    한은은 작년 1·4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제시한 뒤 그 해 7·10월, 올해 1·4월까지 0.1%포인트씩 내렸다. 이후 7월 2.5%에서 2.2%로 낮춰 전망했다가 이번에 또 0.2%포인트 낮췄다. 

    이 총재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라며 "국내 경기 흐름에 대해 조심스럽기는 하나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다소 등락은 있을 수 있으나 큰 흐름에서 보면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중반부턴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IT 업황이 개선된다는 예상이 지배적인 만큼 수출과 설비투자 중심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금통위원 중 신인석 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게 바람직 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나 이를 미리 예상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앞으로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해 현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여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충분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금리정책의 여력이 소진되면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었다"라며 "현재 특정 수단을 염두에 두지 않고 주요국에 도입된 비전통적 수단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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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전망도 0.3%포인트↓…"내년·내후년 점차 개선"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 2.0%에서 2020년, 2021년에 각각 2.3%, 2.4%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용되는 가운데 수출과 설비투자가 개선되고, 민간소비도 내년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정부가 재정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을 이번 성장률 전망에 어느 정도 반영했다"라며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작년보다 올해 확대되고, 내년에도 상당 폭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작년 GDP 성장률은 2.7%로, 이중 정부 기여도는 1%포인트 내외였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기여한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만약 정부의 재정집행 실적이 경제전망에 반영한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면 2% 성장률에 대해선 하방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라며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주요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소비심리 개선과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에 힘입어 완만하게 회복되고, 설비투자는 올해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으로 부진하나 향후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가 개선되며 IT 부문을 중심으로 내년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의 최근 선행지표 부진을 감안할 때 2021년까지 공사물량 축소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0.7%에서 0.4%로 하향 조정했다. 수요측 물가압력이 미약하고 국제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한 점을 반영한 결과다.

    2020년과 2021년 물가상승률은 각각 1.0%, 1.3%로 전망했다. 내년은 공급측 물가하방압력이 완화되면서 올해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내후년은 경기 개선과 정부정책의 영향 축소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상·하방리스크 모두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상방리스크는 정부의 확장적 경기대응정책,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따른 보호무역기조 완화,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기조 확산을 지목했다. 하방리스크는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글로벌 교역 부진 지속, 홍콩 시위사태 격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중국의 내수 부진 심화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