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대기업 1Q 영업익 두자리 ↓소비자심리 2008년 이후 최저 수준 구조조정·비상 경영 체제 돌입… 돌파구 마련 절실
  • ▲ 썰렁한 백화점 의류 매장ⓒ연합
    ▲ 썰렁한 백화점 의류 매장ⓒ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패션업계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수년간 업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최근 감원에 나서거나 파산하는 패션기업마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각 업체들이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 "최악 중 최악" 코로나발 구조조정

    사회적 거래두기에 따른 외출자제로 옷 소비가 줄면서 1분기 패션업계 매출이 급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1분기 매출 3570억원, 영업손실 3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9% 줄었고 영업이익은 380억원 감소해 적자전환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패션 대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F의 1분기 매출은 4355억원, 영업이익은 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가량 늘고 영업이익은 39% 줄어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코오롱FnC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269억원, 54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 32% 감소할 것으로 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31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57.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보다 7.6포인트 하락한 70.8을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골이 가장 깊었던 2008년 12월(67.7) 이후 최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패션업계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바바패션, 아이올리 등은 무급 휴가를 단행중이다. LF는 지난 3월 자진 반납 형태로 임원의 급여를 30% 삭감했고 진정 국면에 들어갈 때까지 비상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SPA 브랜드 1위 유니클로도 점포 효율화를 추진중으로 오프라인 매장 폐점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감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섬유나 원단을 납품하고 있는 OEM·ODM 업체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은 코로나19로 경기 상황이 나빠지자 국내 업체들에 주문 취소 등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세아상역, 한솔섬유, 신성통상 등 구조조정을 추진 중으로 전해졌다. 임직원 임금삭감,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동원해 코로나19 위기를 헤처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인원감축 없이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은 현재로선 불가피할 정도"라면서 "내수시장과 함께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코로나발 구조조정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좌로부터)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윤근창 휠라코리아 사장, 박이라 세정그룹 사장, 최혜원 형지I&C 대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이규호 전무
    ▲ (좌로부터)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윤근창 휠라코리아 사장, 박이라 세정그룹 사장, 최혜원 형지I&C 대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이규호 전무
    ◇오너 전진배치… K패션 구원투수 되나

    국내 패션기업들이 1세대 창업주에 이어 2세대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있다.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가 중심의 패션업계의 2~3세들의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이들은 젊은 리더십과 감각으로 침체된 패션업계에 새로운 성장동력과 활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한세예스24홀딩스의 막내딸 김지원 한세엠케이 전무가 한세엠케이 및 한세드림 대표로 선임됐다 .전무로 승진한 지 10개월만이다. 김동녕 회장의 자녀 3명이 모두 사업부문별 수장 자리에 올라서며 2세 경영체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 대표는 자사 온라인몰인 아이스타일24 환경개선 및 서비스 강화, 무신사 등을 통한 온라인 매출 증대에 힘쓰며 보다 젊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대표의 장녀인 김유미씨는 올해 새 대표로 선임됐다. 김 씨는 2013년 제이에스티나에 입사, 핸드백사업부 기획MD로 일했으며 이사로 재직해왔다. 지난해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부사장을 영입하며 제안한 뉴 제이에스티나 2019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한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다.

    이미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가 최상의 성과를 이끌어낸 대표적 경영 2세로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장남 윤근창 사장이 있다. 윤 사장은 2018년 사장직에 오른 이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로갛며 경영능력을 증명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로 오프라인에서 줄어든 매출을 상쇄하기 위해 주력 아이템 다각화를 필두로 이색 협업 전개, 글로벌 전략적 공략 등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세정그룹도 경영승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박순호 세정 회장의 셋째딸 박이라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세정 사장과 함께 세정과미래 대표이사, 세정씨씨알(CCR) 대표를 겸직 중이다. 그 결과 2018년 100억대의 영업손실이 지난해 50억원으로 줄었다. 

    경영 전면에 나선 지 5년차를 맞은 최혜원 형지I&C 대표도 있다. 최 대표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장녀로 지난 2016년부터 형지I&C 대표직을 맡아 왔다. 아직 1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흑자전환을 시키기고 했다. 

    이밖에 2018년 말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전무가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온라인 사업 강화, 비(非)아웃도어 사업 추진 등 대대적 체질 개선에 나섰다. 특히 온라인 유통에 사업을 집중하면서 코오롱몰은 지난해 1200억원을 기록했고 3년간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오너 2~3세를 사장으로 맡긴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시점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내수침체와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공세로 코로나19 여파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면서 "위기 속에서 내놓을 결과는 오너들의 경영 역량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그들의 역량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