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첫 발표 후 벌써 2년 째중국 심사 넘어섰지만 EU 심사 지지부진LNG운반선 시장 독점 여부 결론이 관건
  •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2년째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EU 등 해외 경쟁국에서 기업 결합심사를 내려주지 않기 때문인데, 인수절차가 장기화되면서 다시 잡음이 커지는 모습이다.

    2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성해양 매각 마무리 기한을 올해 연말로 연장했다. 또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기한도 올해 6월30일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매각 기한 연장은 EU 기업결합 심사 지연 등으로 인수합병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전격적인 매각 발표 이후 2년 이상 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계약체결 당시 2020년 3월까지는 인수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중공업이 최종 인수합병까지 받아야 하는 경쟁국 기업결합 심사서는 총 6부다.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 연말 중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냈다. 남은 국가는 한국, 일본, EU 3개국이다.

    3차 심사까지 1년5개월이 걸린 중국의 승인이 떨어지면서 남은 관건은 EU 결합심사가 될 것을 보인다. 환경문제에 엄격하고 조선사의 주 고객이 주요 선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EU집행위원회 경쟁분과는 2019년 12월 심층심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이후 이렇다 할 진척상황이 없다. 당초 EU는 지난해 5월까지 심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6월로 일정을 미뤘다가 다시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가 눈여겨보는 지점은 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시장 독점 여부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전세계에 발주된 대형 LNG선 52척 중 21척을 수주했다.
  •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원유운반선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원유운반선
    EU가 지난해 6월 한국조선해양에 보낸 중간 심사보고서(SO)에는 액체화물운반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에 대한 시장 경쟁 제한 우려는 사라졌다고 밝히면서도, LNG선 시장에 대한 우려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U의 까다로운 심사는 최근 세계 1위 크루즈선 제조업체 핀칸티에리와 샹티에 델 아틀란티크의 인수합병 무산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인수절차가 3년째 들어서면서 각종 잡음도 일어나고 있다. 인수발표부터 반발한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는가 하면, 옥포조선소 소재지인 거제시도 매각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은 "혈세 수조원이 투입된 회사를 재벌기업에 상납해서는 안된다"며 "국내 조선산업이 동반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광용 거제시장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 25만 거제시민의 생존권과 지역경제의 생사가 달려 있는 사안"이라며 "매각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신규 일감이 현대중공업으로 집중돼 지역경제를 수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잡음은 EU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영향을 끼칠 공산이 있다. EU집행위는 최근 노조 문제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추가 검토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어떤 절차든지 길게 끌수록 유리할 것은 없다"며 "상반기 중 인수합병 절차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상반기 중 인수절차를 마무리 짓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