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삼성중공업 수주 릴레이에도 불안감 확산저가공포에 '빈손' 우려… 현장 일감없어 희망퇴직 고개75년생 이전 희망퇴직… 상시 접수
  •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지난해 글로벌 선박 수주량 1위, 연초 수주 랠리에도 국내 조선업계의 표정은 밝지않다. 워낙 불황이 오래 이어진데다, 경쟁 국가들의 공격적인 영업에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빅3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선박 발주 물량은 1924만CGT(738척)로 한국은 이중 43%인 819만CGT(187척)를 수주했다. 2위인 중국의 793만CGT를 2%p 차로 제쳐 2019년 1위 자리를 내준뒤 2년만에 재탈환했다. 한국은 상반기 자국 물량을 휩쓸어간 중국에게 수주 실적에서 밀렸지만, 하반기부터 주력 선종인 LNG운반선 등을 본격 수주하며 11~12월 두 달간 전체 수주량의 절반 이상인 411만CGT를 끌어내며 역전했다.

    수주 랠리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달에만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도 연초 200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을 수주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 ▲ 최근 10년간 글로벌 선박 수주 추이ⓒ클락슨리서치
    ▲ 최근 10년간 글로벌 선박 수주 추이ⓒ클락슨리서치
    이같은 수주 호조에도 업계 분위기는 어둡다. 현장은 일감이 떨어져가고 있고 영업실적도 예전만 못하다. 2016년 이후 누적된 실적악화 때문이다. 통상 선박 발주와 인도까지 1~2년 걸리는 조선업 특성상 지난해 수주 실적이 올해 영업실적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탓도 있다.

    한국의 수주잔량은 2216만CGT로 전세계 7085만CGT의 31% 수준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109만CGT가 줄었다. 그만큼 일감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세계 1위 수주 실적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것이지 수주량 자체는 줄었다. 2019년 한국은 980만CGT를 수주했지만 지난해에는 819만CGT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주실적을 위해 선가를 계속 낮춰온 것도 부담이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를 보면 지난해 연초 130포인트에서 126포인트로 하락했다.

    선종별로 보면 지난해 초 대비 초대형 유조선(VLCC)은 9200만 달러에서 8500만 달러, S-max 유조선은 6150만 달러에서 5600만 달러로 가격이 떨어졌다. A-max 유조선은 4850만 달러에서 4600만 달러로, 컨테이너선(1만3000~1만4000TEU)은 1억900만 달러에서 1억200만 달러로 하락했다. 석유원료를 대체할 LNG선(174천㎥)만이 1억8600만 달러로 가격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몇년째 이어지면서 인건비라도 건지기 위해 저가 수주 경쟁이 이어져 왔다"고 했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하는 곳도 생겼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5일까지 1975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남은 정년에 따라 위로금에 재취업 지원금 1200만원을 더해 지급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부터 상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직원은 2019년 말 9767명에서 지난해 3분기 9023명으로 줄어드는 등 조직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회복, 유가상승, 환경규제 등 호재가 되는 변수들이 많아 향후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친환경 수요가 늘고 있는 LNG선박 제작에 국내 기업이 강점을 지녔고, 유가가 다시 회복되고 있어 선가도 점차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조선기업들이 친환경, 스마트화라는 조선업 패러다임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올해 연말부터는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