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한항공 제출안 수정 중독과점·고용이슈 등 재점검여객 기준 54% vs 슬롯 기준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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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PMI)계획서가 다음 달 공개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17일 대한항공이 제출한 계획을 수정·보완 중이다.

    보고서에는 고용유지, 단체협약 승계 방안과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방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관련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제기됐던 독과점 지적에 대한 소명도 일부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보완 포인트는 독과점 이슈로 예상된다. 업계는 합병 초기부터 독과점 관련 우려를 쏟아냈다. 미주, 유럽 등 양사만 운항 중인 일부 노선이 사실상 대한항공 독점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사 통합 후 점유율 50% 이상인 국제선은 총 32개. 인천발 LA, 뉴욕, 시카고, 시드니 등 7개 노선은 점유율 100%로 집계됐다. 인천발 로마, 푸켓 등 일부 노선도 75%를 넘어선다.

    양사와 계열 LCC(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를 포함한 여객 점유율은 54%(2019년 국제선 기준)에 달한다. 공정위 독과점 판단 기준인 50%를 넘어서는 수치다. 일각에서 여객, 노선별 점유율을 독과점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 개요 ⓒ 김수정 그래픽 기자
    ▲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 개요 ⓒ 김수정 그래픽 기자
    반면 대한항공은 공항별 실제 운항 횟수를 뜻하는 ‘슬롯(SLOT)’을 독과점 지표로 삼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외항사 경쟁 등 시장특성 반영 시 독과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통합사의 슬롯 기준 점유율은 약 38.5%다.

    최근 독과점을 바라보는 국제적 시각도 보수적이다. EU는 최근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젯 간 합병을 우려했다. 양사 합병이 유럽과 캐나다 간 항공편 경쟁성을 떨어트려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항공사의 중복 노선은 30여 편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선별로 독과점 우려를 따지는 것이 맞다. 슬롯은 시간 대별 운항 수를 따지는 개념인데, 오전 비행편 승객이 같은 회사 오후편을 타는 것은 경쟁제한과 관련이 없다"면서 "노선 확보 과정이 복잡한 만큼 외항사 취항은 당장 고려할 수 없으며, 제주항공-이스타 간 점유율도 노선을 기준으로 했다"고 우려했다.

    고용관련 이슈도 자세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계획 발표 후 아시아나항공 노조 등 임직원들은 조직 통폐합과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협력업체 직원의 업무중복 건도 이슈화됐다. 대한항공 협력사 직원과 업무가 겹치는 아시아나 협력 직원은 약 2000명으로 추산된다. 고용 관련 우려는 아시아나 임직원뿐만 아니라 고용 주체인 대한항공 소속 직원들도 고민이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시장 내 포지셔닝과 주요 사업이 같은만큼 중복인력 관련 계획도 중점적으로 다뤄야할 것”이라며 “고용불안은 피인수 기업인 아시아나뿐만 아니라 인수 기업인 대한항공 직원들도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