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부품비용 상승 등 제작사 정비 지연"현대로템 "작년 10월 견적 보내…5월 견적 재요청"이용객↓·수지 안맞아…공사, 면허취소 신청 수포로
  • ▲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연합뉴스
    ▲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철도가 열차 정비를 제때 받지 않아 연말까지 운행을 멈추는 가운데 운영사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와 전동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철도업계 일각에선 공사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자기부상철도 운영에서 발을 빼려다가 정비 적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는 오는 14일부터 12월31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철도(이하 자기부상철도)가 휴업에 들어간다고 12일 밝혔다. 공사는 자기부상철도의 전동차 중정비가 제작사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어 불가피하게 휴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부터 제작사에 전동차 중정비를 요청했으나 물가 상승과 원자재·반도체 수급문제, 부품 생산비용 상승, 납품일 지연 등으로 중정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기부상철도는 철도안전법에 따른 인천공항 철도안전관리체계(SMS)에 따라 3년마다 중정비(완전분해정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기부상철도가 정상 운행하려면 2편성의 운행열차와 장애·비상시를 대비한 1편성의 예비열차 등 총 3편성의 열차를 갖춰야 한다. 이 중 1편성의 중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운행을 불가피하게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게 공사측 주장이다. 각종 부품의 분해·점검·교체 등이 필요한 중정비는 제작사만 수행할 수 있다.

    공사는 제작사에 조속한 중정비 시행을 요청하고 상황에 따라 휴업 기간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휴업 기간엔 공항순환버스 등 대체교통수단을 안내해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 ▲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연합뉴스
    ▲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연합뉴스
    그러나 제작사인 현대로템 설명은 다르다. 자기부상철도 운행 중단이 제작사 사정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게 아니라는 태도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0월 이미 공사에 중정비 견적을 보냈지만, 되레 공사의 사정으로 인해 정비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공사가 견적서를 받고도 중정비를 의뢰하지 않다가 7개월이나 지난 올해 5월에야 다시 견적을 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공사에 중정비 미시행에 따른 열차운행 중지를 요구한 시점이 지난 5월쯤이다.

    현대로템측은 견적을 다시 뽑는 데 한달쯤이 걸리는 만큼 오는 29일까지 새 견적서를 보내주기로 지난달 17일 공문을 보냈다는 입장이다. 아직 새 견적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여론몰이로 운행 중단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제작사에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해) 공사에 클레임(배상 청구)을 걸겠다"고 말했다. 공사가 주장하는 비용 문제와 관련해선 "비용이 많이 오르긴 했으나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애초 계약비용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었다"고 부연했다.

    업계 일각에선 근본적으로 수지 타산이 안 맞는 자기부상철도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공사 설명으로는 자기부상철도는 2016년 개통했다. 6개 역사 6.1㎞를 15분 간격으로 하루 103회 무료로 운행한다. 하루평균 4012명이 이용하던 자기부상철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2020년 2월부터는 320명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이용객이 92%나 줄었지만, 공사는 유지·운영관리에 연평균 80억원을 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공사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인 자기부상철도 운행에서 손을 떼려고 지난 3월 국토부에 운송사업자 면허 취소를 신청한 거로 안다"고 귀띔했다. 결과적으로 공사는 자기부상철도 운영에서 발을 빼진 못했으나 연말까지 휴업에 들어가면서 부수적인 비용 지출을 절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대로템도 자기부상철도 정비에 큰 매력을 못 느낀다. 자기부상철도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비인력 등 직원들도 그만둬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