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공백 인한 대규모 투자 지연, 복귀 기대우선매수권 특약 담보능력, 리한 재무상황 쟁점변호인 측 “상호 계약 조율, 변제능력 충분”
  • ▲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뉴데일리
    ▲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뉴데일리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속 재판 중 보석을 신청한 가운데 경영 공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조 회장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8차 공판에 출석했다. 

    앞서 21일 조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보석청구서를 제출했다. 보석심문을 통해 석방 여부가 정해지며, 받아들여지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리더십 공백에 따라 투자가 지연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조 회장의 경영복귀를 통해 신기술 개발을 위한 신규 투자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8차 공판에서 조 회장은 리한에 자금대여 과정 중 설정한 화성공장 우선매수권 특약에 대해 담보 능력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조 회장은 박지훈 리한 부회장과 친분을 이유로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를 통해 50억원을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는 리한 입장에서 우선매수권 특약 작성 경위와 과정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변호인 측은 리한에서 설정한 우선매수권 특약이 담보로서 역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리한이 워크아웃으로 인해 금융기관에서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화성공장 우선매수권 설정을 통해 변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을 주목했다. 다른 채무나 담보신탁이 우선매수권에 방해되지 않을뿐더러, 상계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오전에는 리한에서 법무를 담당했던 나○○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자금대여 과정에 관여하고 직접 계약서를 작성했다.

    나 변호사는 특약 작성 경위에 대해, 자금대여 과정에서 기존 채무로 인해 담보를 설정하기 어려웠음을 피력했다. 신탁을 근저당으로 전환은 불가했고, 수익권자 후순위 설정도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 등 인적담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압수수색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고 전했다.

    리한이 보유한 화성공장에 대한 우선매수권이 계약서상에 특약으로 명시되면서 자금대여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졌다. 계약서는 리한에서 준비했으며, 한국프리시전웍스의 검토를 거쳐 변제기일이 연말에서 11월말로 변경되고 연체이자도 6%에서 15%로 변경됐다.

    나 변호사는 채권자의 요청사항과 편의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채권자의 자금 회수를 어렵게 하는 사해행위로 비춰질 가능성에 대비했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우선매수권이 담보로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상계 계약 형태로 작성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리한의 자금 상황도 해명했다. 협력사로부터 빌린 차입금도 기한이 연장되기보다는 대부분 변제했고, 강제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협력사의 자금대여와 기한 연장 등이 가능했던 이유는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로서 업계에서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전했다.

    변호인 측은 “담보신탁은 우선매수권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이고, 빌린 자금은 물품 대금 등 회사 운영에 사용됐다”며 “재무상황이 악화됐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재무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리한에서 재경본부장을 맡았던 김태훈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미국 법인을 매각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면서 매출 규모는 줄었지만, 손실 요소가 제거돼 사업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구조조정을 마친 뒤, 2021년 말부터 리한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고 증언했다.

    이에 검찰은 리한의 변제능력이 부족할뿐더러,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자금을 대여한 전월에, 개인으로부터 5000만원의 선이자 지급을 조건으로 5억원을 빌렸던 정황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그만큼 회사가 급박한 재정상황에 처했고, 이후 50억원 대여자금을 활용해 이를 갚았다는 점에서다.

    김 전무는 “물품 지급 등 문제로 회사 재무상황이 악화된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재무구조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문제”라고 전했다. 물품대금 미지급과 상관없이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현대차에 납품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섭 씨는 현대차에서 35년간 자재관리를 맡은 경력을 보유했으며, 현대차 1차 협력사로서 가지는 의의를 진술했다. 현대차는 1차 협력사와의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며, 협력사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른 협력사끼리 자금을 대여해주는 경우는 빈번하다는 전언이다.

    김재섭 씨는 “리한은 1차 협력사로서 현대차와 오랫동안 거래해왔고, 기술력을 갖춰 결함을 일으킨 일이 없다”며 “하나의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당장 다른 회사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력사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30일 오전 공판에 앞서 추가 기소건 사건병합을 위한 모두절차를 진행한다. 이후 보석심문을 통해 조 회장의 보석 수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