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후 첫 런던의정서 당사국총회서 의견 개진"모든 당사국 해양환경 보호 의무와 예방조치 준수해야" 강조도쿄전력, 5일 2차 방류 시작… 23일까지 총 7800tIAEA "삼중수소 기준치 밑돌아… 日 방류운영 기준의 1/40 이하"
  • ▲ 후쿠시마 제1원전.ⓒ연합뉴스
    ▲ 후쿠시마 제1원전.ⓒ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오염수 방류 과정 모든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국제 기준에 맞는 안전한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2~6일 영국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열린 제45차 런던협약·제18차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이하 당사국 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주요 의제에 대해 우리 측 의견을 적극 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정부는 해수부와 외교부로 대표단을 꾸려 이번 총회에 참석했다.

    런던협약·의정서는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해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제정된 국제협약이다. 우리나라는 각각 1993년과 2009년에 가입했다. 매년 열리는 당사국 총회는 런던의정서 제·개정과 주요 사항을 의결하는 의사결정기구로, 회원국이 폐기물을 협약에 따라 처리하는지 점검·논의한다. 올해 회의는 일본이 지난 8월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열려 주목을 끌었다.

    한국 정부는 5일(현지시각) 진행된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 세션에서 일본 오염수 문제를 거론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모든 당사국에 해양환경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고,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확인되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오염수가 해양환경 보호 기준에 부합되는 수준으로 안전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정부는 모든 당사국이 런던의정서 2조와 3조1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의정서 2조는 해양환경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3조1항은 해양 폐기물 등이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면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대표단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첫 방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의해 과학적·기술적 측면이 검토되고,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방류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대한민국은 (오염수) 방류가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을 국제사회가 계속 확실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은 당사국총회 현장에서 IAEA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원전 오염수 모니터링 과정과 분석 결과 등을 공유했다고 해수부는 전했다.

    정부의 원전 오염수 관련 발언 내용은 지난 당사국 총회에서의 발언과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는 이전과 달리 올해 총회에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배출이 해양 환경과 생태계, 주변국 건강과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일본의 1차 오염수 방류가 국제 기준에 맞게 이뤄지고 있다는 IAEA 등의 평가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 ▲ 제45차 런던협약·제18차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 개막식.ⓒ연합뉴스
    ▲ 제45차 런던협약·제18차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 개막식.ⓒ연합뉴스
    지난 5일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2차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오는 23일까지 하루 460여t, 총 7800여t의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이는 1차 방류 때와 비슷한 양이다.

    도쿄전력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한 뒤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 앞바다에 내보낼 계획이다.

    도쿄전력이 4일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의 삼중수소(트리튬) 농도를 측정한 결과 ℓ당 최대 87베크렐(㏃)로 방류 기준보다 낮았다. 도쿄전력은 2차 방류분 보관 탱크 내 오염수에서 탄소-14, 세슘-137, 코발트-60, 아이오딘-129 등 4종의 방사성 핵종이 미량 검출됐으나 모두 고시 농도 한도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IAEA는 5일 성명을 내고 "두 번째 방류를 개시한 처리수 내 삼중수소 농도는 일본 운영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현장(에 상주하는) IAEA 전문가들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5일 오후 5시30분 기준으로 도쿄전력이 IAEA에 제공한 희석 오염수 내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206㏃다. 이에 대해 IAEA는 "일본 방류 운영 기준치(ℓ당 1500㏃)의 40분의 1 이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우 식수 수질 지침상의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를 ℓ당 1만㏃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번 당사국 총회에서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소개하고 앞으로 CO₂ 수출입 관련 지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유엔 플라스틱 협약 마련을 지지하고, 내년 한국에서 열릴 정부 간 회의(INC-5)에 대한 관심도 요청했다. 우리나라가 2018년부터 시행 중인 런던의정서 인력양성 프로그램(LPEM·석사과정)을 소개하고 인재 추천을 요청했다.
    이번 총회 한국 수석대표인 이수호 주영국대사관 겸 IMO 대표부 해양수산관은 "이번에 정부는 해양환경 관련 다양한 논의에 적극 참여했고, 앞으로도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