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궐기대회 강행, 투쟁 노선 그렸지만… 의료계 내홍 심각파업 찬반투표 결과는 비공개… 정부와 협상전략으로 활용 보건의료노조 여론조사서 국민 대다수 '의대증원' 찬성표
  • ▲ 17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17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의사들이 한파 속에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었다. 일방적 의사 수 늘리기가 결정되면 오히려 의료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총파업(집단휴진)'을 언급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내부 갈등이 심화됐고 대국민 여론이 돌아선 상황이라 일단 정부와의 증원 규모 협상과정에서 답을 찾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17일 전국에서 모인 의사들은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의협 산하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주도로 열린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여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증원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다"며 "비과학적이고 불공정한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의료계 대표들 역시 "의대증원이 필수의료를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며 "오히려 기피과와 인기과의 격차가 더 벌어져 의료 붕괴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붕괴된 필수의료의 공백을 메꿀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최소 11년~14년 이후 배출될 의사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지난 2020년 총파업을 막았던 9.4 의정합의에 담긴 '의료계와의 논의' 부분을 파기했다는 점도 대정부 투쟁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날 총궐기대회가 끝나면 의협이 지난 11일부터 진행한 '의대증원 저지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도 마무리된다. 이를 기반으로 파업 여부가 결정될 방침이나 실제 찬성률은 당분간 비공개에 부칠 예정이다. 

    의협이 정부와의 협상카드로 설문조사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증원 규모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하면 언제든 파업이 가능하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 커지는 총파업 부담감… 내부 갈등에 여론전 실패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것이 의료계의 일치된 시각이나 그 방법론에 있어 내부 갈등이 증폭된 상황이다. 내년 3월 새 의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내홍이 거세졌다.

    의협 범대위 주축으로 떠올랐던 최대집 전 회장은 "구속을 각오한다"며 투쟁의 선봉으로 섰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자진 사퇴로 물러났다. 범대위가 아닌 새로운 비대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이날 오전 의협 대의원회 임시총회에서 관련 내용이 안건으로 올랐고 최종적으로 범대위 주도로 의대증원과 관련한 대응을 하기로 결정했다. 

    현 의협 집행부에 힘이 실리긴 했지만 내부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총파업의 동력을 얻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여론전의 실패도 드러났다. 의대증원에 필수의료부터 살리자는 의료계의 반대 논리는 충분했지만 대국민을 설득하기엔 어려웠다. 

    의사 총궐기대회에 앞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맞불 작전으로 '의대정원 확대와 의협 집단진료거부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을 공개했는데 대다수 국민은 의사를 늘리고 파업도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응답자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고 적정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1000명 이상이 47.4%였다. 28.7%는 2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했다. 100명 이상 1,000명 미만으로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32.7%였으며 현행 유지는 16.0%였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협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6.1%였으며 71.9%는 반대했다(모름·무응답 2.0%). 특히 의사 총파업(집단진료거부)에 대해서는 85.6%가 반대하며 거부감을 보였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13.2%였다(모름·무응답 1.3%).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사 부족 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며 "이번 기회에 최소 1000명 이상 의대증원을 해야 하고 이를 반대하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진료 거부는 결코 지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