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한국경제 희망을 다시 쏜다]복합위기 심화로 어느때보다 경제 우려 커롯데‧한화‧효성 등 기업 미래 투자 지속 방침“규제완화 및 금융·세제지원 시급히 마련돼야”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새 희망을 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째 되는 해이자 여러 의미로 중요한 총선이 열리는 해이다. 한국 경제를 보면 올해도 녹록잖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밖으로는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미 대선이 치러진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그에 따른 경제 블록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그 시기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여전한 고물가 기조와 실업 한파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대출 급증, 저출산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가득이다. 새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 희망을 쏘아 올릴 성장 모멘텀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註>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성장 고착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등 ‘복합위기’가 심화하며 올해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기업들은 신성장동력 발굴로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대내외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상당수는 올해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에도 신사업 육성으로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투자를 줄이고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복합위기에서 기존 먹거리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요 그룹별로 올해 경영화두를 살펴보면 롯데그룹은 올해 ‘신사업’과 ‘글로벌’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바탕으로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해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가치 제고를 주문하고 “국내 사업과 기존 사업 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 및 신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차별화된 성장 동력 모색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사업 측면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36L 규모의 바이오 메가플랜트 착공이 예정돼있다. 메가플랜트는 총 3개의 플랜트로 구성되고 각각 12만 리터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연내 착공하는 1공장은 2025년 말 준공을 목표한다. 또한 글로벌 박람회 참가 등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추가 수주를 노린다. 지난해 9월 건강관리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을 선보인 롯데헬스케어는 가입자 100만 명을 목표로 개인 맞춤형 체중 관리 프로그램, 두피 관리 솔루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연내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 서비스를 오픈한다. CES 2024에서 플랫폼을 공개할 예정이다.

    동시에 국내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롯데는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시도한다. 롯데웰푸드는 글로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선진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2022년 12% 수준이었던 해외사업 비중을 2023년 21%로 끌어올리고 올해는 38%까지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미얀마를 베트남에 이은 제2의 진출 핵심 국가로 육성하고 선진 외식 시장이라 불리는 미국 진출을 모색한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64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도 올해 4분기 인도네시아 말랑지역에 도매 점포를 오픈하는 등 해외사업을 강화한다.
  • ▲ 롯데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바이오 플랜트 조감도.ⓒ롯데
    ▲ 롯데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바이오 플랜트 조감도.ⓒ롯데
    한화그룹은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내실 경영을 펼치면서도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사업 재편을 마무리하고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형제 경영을 본격화했다. 김 부회장은 태양광·방산·화학,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호텔·유통·리조트를 각각 맡아 투자를 확대하며 그룹을 이끌어나간다. 앞서 2022년 한화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총 37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한화오션의 경영정상화와 해외시장 확장을 적극 지원한다. 한화그룹은 작년 5월 23일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며 ‘한화오션’을 출범시킨 바 있다. 이후 작년 3분기 12분기 만에 적자 고리를 끊어내며 경영정상화의 출발을 알렸다. 한화오션은 오는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해 미래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Global Ocean Solution Provider)’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해 사업의 다변화 추진에 나선다. 한화솔루션은 작년 10월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을 기존 1.7기가와트(GW)에서 8.4GW로 5배늘리겠다고 밝힌바 있다. 올해 말까지는 북미 유일의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인 ‘솔라허브’를 구축해 미국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외에도 방산, 이차전지, 로봇 등 다양한 신사업을 육성하고 우수 인재 영입과 육성을 통해 사업기반을 다변화 한다. 

    효성그룹도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위기의식을 갖고 지속 가능한 기업의 토대를 만들어나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고수익 신소재를 통한 수익성 확보, 수소 등 신사업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작년 11월 조현준 회장은 57주년 창립기념사에서 의기의식을 강조하며 “임직원이 똘똘 뭉쳐 변화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함께 힘을 모아 더욱 굳건한 백년기업 효성을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우선 이르면 1분기 내 효성은 독일 화학기업 린데와 함께 효성화학 울산 용연공장 부지에 짓고 있는 연산 1만3000톤(t)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의 가동을 시작한다. 세계 1위 기업인 독일 린데와 협력한 울산 효성화학 용연공장 부지에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립 중이다. 이달 시운전에 들어갔고, 1분기에 액화수소를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효성은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대형 상용차용 액화수소 충전소 30곳도 건립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생산능력을 3만9000톤까지 늘리기 위해 1조원을 투자한다. 

    효성첨단소재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탄소섬유에 초점을 맞춰 증설 계획을 앞당길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오는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능력 2만4000톤(t)까지 확대하고 탄소섬유 분야 글로벌 톱3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올해 7월 말까지 전북 전주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베트남 공장도 2025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 지속과 실적 부진 등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경제에 고무적 조짐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기업들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