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IB 기반 종합금융사로 탈바꿈, 역대 최대 실적 '랠리'2022년 재신임 이어 또다시 연임…올해 말까지 임기 '연장'브릿지론 등 부동산PF 리스크 경쟁사에 비해 높아 '예의주시'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건전성 부담 가중…완수 여부 '촉각'
  • ▲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신한금융지주
    ▲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신한금융지주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이 두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2021년 취임 후 신한캐피탈을 기존 기업금융·리스 등 여신전문회사에서 투자·IB 기반의 종합금융회사로 거듭나게 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면서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1위는 물론, 그룹 내 계열사 순위도 오르면서 대내외적으로 입지를 다졌다는 평이다.

    연임에 성공한 정운진 대표는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투자금융자산 관련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황 침체와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 만큼 리스크 관리 완수 여부가 또 다른 역할을 향한 초석이 될 전망이다. 

    30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신한캐피탈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그룹 소속 캐피탈사 가운데 순이익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9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캐피탈은 24.5% 감소한 1910억원, KB캐피탈은 21.3% 줄어든 158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캐피탈의 경우 34.8% 급감한 1091억원에 그쳤다.

    그룹 내 계열사 순위에서도 한 계단 올라섰다. 그간 신한금융의 계열사 순서는 '은행-카드-생명-증권-캐피탈' 순이었으나, 3분기 신한투자증권이 2234억원으로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신한캐피탈보다 낮은 실적을 냈다.

    신한캐피탈의 실적 선방 비결은 IB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에 있다. 신한캐피탈 전체 자산에서 △기업금융 54.4% △투자금융 41.9%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리스·할부금융 자산이 많은 경쟁 캐피탈사와 달리 운전자금 중심의 일반기업대출, 유가증권·신기술사업금융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는 2020년 계열사 신한카드에 리테일 자산을 모두 매각하면서 구축됐다. 2021년 전략 목표를 '투자·IB·기업금융 전문회사(EXPERT COMPANY)'로 정하면서 리스·할부 금융자산을 털어냈다.

    여기에 정운진 대표가 2021년 1월 취임하면서 신한캐피탈 자산에서 투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정 대표는 신한금융지주 글로벌투자금융(GIB)사업부문장을 역임한 IB·전략통으로, 신한캐피탈을 통한 그룹사 IB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3분기 기준 일반대출자산은 1년 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신기술사업금융자산은 3000억원, 유가증권자산은 1600억원 늘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22년 말 2.5%에서 지난해 3분기 3.3%로 높아졌다. 저평가 우량자산 투자에 공을 들인 결과로 짐작된다.

    그 결과 정 대표 임기 3년 동안 신한캐피탈은 매년 실적 상승을 이뤄왔다. 취임 첫해인 2021년 연간 순이익 274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순이익 3000억원의 벽을 돌파했다.

    이에 정 대표도 2022년 재신임에 이어 또다시 연임을 추천받아 1년 더 신한캐피탈을 이끌게 됐다. 정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 만료 예정이다.

    연장된 정 대표의 임기에서의 과제는 부동산PF를 비롯한 리스크 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및 1개월 이상 연체율 지표는 각각 1.5%, 1.0%로 경쟁사와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자산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기업 및 투자금융으로 구성돼 내재 리스크 수준이 높은 편인 데다 해외 대체투자 규모도 타사에 비해 커 건전성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2021년 4분기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강화한 이후 부동산금융 영업자산의 요주의이하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2023년에는 고정이하로 분류되는 사업장이 더욱 증가하는 등 건전성 저하 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영업자산 중 부동산PF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저하됨에 따라 부동산PF 관련 대출의 건전성 추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분기 기준 부동산PF 관련 대출(기업일반대출로 분류된 브릿지론 포함)은 영업자산의 24.2%인 2조9569억원이며 부동산PF 관련 대출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21.9%, 2.9%다.

    브릿지론 비중(부동산금융 영업자산 내 54%) 및 중·후순위 본PF 비중(본PF자산 내 61%)이 높아 부동산금융 영업자산의 추가적인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금융자산 자체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 영업자산 내 투자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말 20%에서 지난해 3분기 36%로 늘어났다.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자산이 영업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자산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경쟁사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김태현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그룹 통합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할 때 재무건전성 저하폭은 일정 수준 이내로 통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금융자산에 내재된 높은 실적 변동성은 재무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역시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높은 조달금리와 증시 불안정성은 이자마진과 투자금융부문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곽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대내외 경제여건 저하 및 부동산 경기 악화로 한계기업 차주의 대손 위험은 물론 거액 여신, 투자금융자산 및 해외 대체투자 등에 내재된 높은 실적 변동성이 재무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건전성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