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전문가, 대표이사로 선임…'부실지표' 개선 과제부동산PF 대출잔액, 2019년 1283억원에서 지난해 1.5조로 '쑥'연체율, 업계 평균 상회 등 건전성도 '흔들'…채권회수시스템 '강화'기업투자금융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저하된 수익성 반등 도모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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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 전문가' 빈중일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본부장이 KB캐피탈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경력 대부분을 구조화금융 부문에서 쌓은 만큼 부동산PF 정상화와 부실지표 개선이 당면한 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CIB(기업투자금융)를 통해 성장성까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25일 업계에 따르면 빈중일 대표는 20여년 가까이 부동산금융 관련 심사와 영업을 맡은 기업금융 전문가다. 1968년생인 그는 1993년 옛 주택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경력 대부분을 CIB, 특히 그중에서도 구조화금융 부문에서 쌓았다.구조화금융은 기초자산을 옵션, 선물 등 파생상품으로 변환하거나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는 등 금융상품을 구조화해 수익성은 높이고 위험은 낮추는 금융공학기법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있으며 부동산PF 대출 역시 대표적인 구조화금융 상품이다. 국민은행 구조화금융 영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업 역시 부동산PF다.지난해에도 구조화금융본부장으로 있으며 굵직한 성과들을 끌어냈다. 대표적인 딜로는 △한남3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1조450억원) △판교 삼평동 업무시설 개발사업(7800억원)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토지담보대출(7400억원) △용산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6500억원) 등이 있다.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부동산PF 안정화 정책에 대한 대응 역할도 수행했다. 금융당국이 여는 안정화 대책 회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부동산PF 사업장들의 정상화에 이바지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금융 관련 재무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당장은 부동산PF 대출 안정화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부동산PF 대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KB캐피탈 역시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부동산 PF대출을 크게 확대했다.나이스신용평가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B캐피탈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조4922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말 1283억원에 비해 10배 이상 뛰었다. 총 채권(15조원) 대비 부동산PF 대출 비중은 9.94%로, 2019년 말 1.22%보다 8.72%p 확대됐다.여전히 리테일금융의 비중이 75.7%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부동산PF 대출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실제 지난해 7월 단일 사업장에서 50억원 규모의 부실이 발생해 공시를 올리기도 했다.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 등 '부실지표' 개선도 숙제다.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질 경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캐피탈은 현재 안전자산 선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용평가모델과 채권회수시스템을 수시로 강화하고 있다.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KB캐피탈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연체율(1개월 이상)은 2.64%로, 전년동기대비 1.15%p 상승했다. 주요 캐피탈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업계 평균(1.8%)을 크게 웃돈다.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낮은 고정이하자산비율은 2.67%로 1.07%p 올랐다. 그러나 고정이하자산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114%로 9.6%p 낮아졌다. 유동비율(1년 이내)은 106%로 안정선(100%)을 지켰으나 1년 전보다 9.3%p 떨어졌다.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빈 대표를 추천할 당시 "CIB, 글로벌심사 등 그룹 내 핵심 비즈(Biz) 부문에 대한 업무 전문성을 갖췄다"며 "그룹 CIB부문과 협업 및 기업금융·투자금융의 내실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검증된 실행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동시에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강화를 통한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에도 나서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몇 년 전부터 캐피털사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캐피털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혔던 자동차금융 분야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캐피털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들이 자동차금융 사업에 진입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이런 상황에서 캐피털사들이 눈길을 돌린 부문이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이다. 해당 부문 강화를 통해 자동차금융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음은 물론,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산건전성과 수익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KB캐피탈도 기업금융 자산을 늘리며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에 나서왔지만 자동차금융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B캐피탈의 자동차금융 비중은 58.7%다. 같은 기간 영업자산 규모가 비슷한 하나캐피탈의 경우 37.4%다.지난해 3분기에도 신차금융자산(1조5175억원)이 전년 동기에 비해 15.2% 감소하면서 누적 순이익이 같은 기간 2020억원에서 1589억원으로 21.3% 줄어들었다. 이 기간 신한캐피탈의 경우 순이익이 3.7% 증가했으며 하나캐피탈은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빈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추가 성장동력인 기업금융은 성장성과 건전성을 중심으로 회사의 성장을 도모해 나갈 계획"이라며 "여신전문회사의 핵심 역량인 신용평가모델 및 채권 회수 관리체계를 고도화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공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