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플 상대 반독점법 위반 소송… EU 디지털시장법(DMA) 적용 유력공정위 플랫폼법 이중 규제 및 벤처·스타트업 반발로 전면 재검토 세계 각국 반독점 규제 명분 앞세워 자국 플랫폼 업체 보호책 마련韓 플랫폼법 제정 당위성 부여… 정부 논리 힘 얻을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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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유럽이 애플을 대상으로 반(反)독점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글로벌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한국의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이하 플랫폼법)' 도입에 힘이 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16개 주(州) 법무장관과 공동으로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냈다. 미국의 반독점법인 '셔먼법' 2조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법무부는 애플이 아이폰을 이용해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온 것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간 메시징 품질 향상을 억제하고, 다른 스마트워치와 아이폰 간 호환성 및 앱스토어 결제 기능을 자체 시스템으로 제한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했다고 봤다. 게임 등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를 방해하고 아이폰 기능을 통제해 경쟁사들이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슈퍼 앱도 제공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은 "애플이 오늘날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불법적인 배타적 행위 때문"이라며 "경쟁사를 배제하려는 의도적인 전략을 통해 지난 수년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력을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EU(유럽연합)도 애플을 대상으로 디지털시장법(DMA)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EU 집행위원회가 조만간 구글과 함께 애플의 DMA 위반에 대한 조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DMA는 빅테크 기업이 외부 앱이나 대체 앱스토어 설치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하고 자사 서비스가 경쟁업체보다 더 잘 노출되도록 하는 '우대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다.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지난 7일부터 시행됐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전 세계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야 된다. 

    앞서 애플은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의 아이폰용 앱스토어 개발·설치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가 EU 규제당국이 공개 해명을 요구하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에픽게임즈는 아이폰 앱스토어의 결제 방식과 관련해 애플과 소송을 벌여 지난 1월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을 끌어낸 바 있다. EU 집행위는 애플의 수수료 정책과 이용약관이 DMA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과 EU 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호주 등에서도 애플의 반독점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연내 안으로 앱 유통·결제 등을 규제하는 반독점 금지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플랫폼법 도입에도 힘을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법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구글, 애플 등 플랫폼 대기업들을 사전 지정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는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정하고, 이들을 감시해 독점력 남용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자사 상품·서비스 우대나 끼워팔기 혹은 멀티호밍 금지(자사 플랫폼 이용자에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 골자다. 

    이는 빅테크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EU의 DMA와 유사하다. 공정위는 해당 법안을 통해 시장 내 반칙행위에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사전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 획정부터 지배적 지위 판단까지 제재 절차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시장 경쟁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구글은 원스토어보다 최대 59%, 애플은 76.9% 앱 결제 비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수수료율 30%를 적용하면 구글 앱 마켓 매출액은 3조 5061억원, 애플은 1조 4751억원으로 추정된다. 빅테크들이 인앱결제를 강행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플랫폼 업체들만 옥죄는 '이중 규제'에다가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저해라는 지적에 휩싸이면서 플랫폼법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빅테크의 경우 외국에 본사를 둔 탓에 제재가 어렵고, 통상 문제로 비화될 경우 규제가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벤처기업 10곳 중 7곳은 플랫폼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독점 규제라는 명분으로 자국 플랫폼 업체를 보호하는 각국의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플랫폼법을 제정하려는 정부의 논리는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