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최초 요양사업 진출 채비…자회사 설립 검토작년 해외 원수보험료 '업계 1위'…시장·상품 다양화 '박차''올드보이' 김정남 부회장 컴백…해외 잡고 경영 노하우도 '전수'
  • ▲ 서울 강남구 소재 DB손해보험 본사. ⓒDB손해보험
    ▲ 서울 강남구 소재 DB손해보험 본사. ⓒ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이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요양사업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인구고령화로 성장성이 높은 사업인 만큼 지속가능성장의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시장다변화 및 상품다양화, '올드보이' 김정남 부회장의 컴백 등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해외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자연재해 등 일회성 요인으로 메리츠화재에 내준 손보업계 '넘버투'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손보사 최초로 요양사업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요양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보험사는 KB라이프의 KB골든라이프케어, 신한라이프의 신한라이프케어 등 2개사로, 모두 생명보험사들이다.

    DB손해보험 측은 "지난해부터 요양사업 관련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고, 관련 실버타운도 수도권 부지로 알아보는 중"이라며 "아직 시점이나 형태 등이 구체화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요양사업은 보험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보험사들은 인구고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사업적 연관성이 높은 요양사업에 진출한다면 현물지급형 간병보험 등과 결합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보험사들은 요양시설 공급도 늘리고 전문화·표준화된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한노인병학회 원로위원인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외래진료 의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김철호 신임 사외이사는 노인병질환 권위자로, DB손해보험이 추진 중인 요양업을 통한 지속가능성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DB손해보험 이사회는 "노인병질환 권위자로, 고령화 등 사회구조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 서울 강남구 소재 DB손해보험 본사. ⓒDB손해보험
    ▲ 서울 강남구 소재 DB손해보험 본사. ⓒDB손해보험
    이와 함께 지난해 원수보험료 기준 업계 1위에 오른 해외사업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

    DB손해보험은 미주지역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면허 추가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는 본토 영업망을 다변화하고 신규 상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재 미국 14개 주에서 영업하고 있는데, 29개주로 확대해 저변을 넓힐 계획"이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상업용 자동차보험만 판매 중이지만, 적하보험(積荷保險) 등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품 라인업 확대와 관련, 미국 현지 당국에 승인을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승인이 나는 대로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고 미주지역에 대한 손익관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지난해 해외사업 성과는 눈에 띄게 확대됐다. 지난해 해외에서 거둬들인 원수보험료는 전년대비 24% 증가한 5714원에 달한다. 해외 공략 중인 손보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이 벌어들인 전체 해외 원수보험료 1조390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의 매출 격으로 외형 성장을 가늠해볼 수 있다.

    해외에서 호실적을 거둔 것은 미국 시장 덕분이다. DB손해보험은 다른 보험사가 동남아시아 시장 위주의 해외 공략을 펼치는 것과 달리 미주지역에 강점을 두고 있다. 전체 해외 원수보험료 중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0년 미국에서 거둔 보험료는 2860억원이었지만, 불과 2년 만인 2022년 4430억원을 돌파하는 등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하와이·괌·캘리포니아·뉴욕 등 4개 지점을 통해 오하이오, 텍사스, 인디애나,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등에서 각종 상품을 출시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DB손해보험이 2015년 처음 투자한 국영보험사 PTI는 지난해 1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선진 노하우를 접목하며 PTI를 현지 톱3 보험사로 성장시켰다. 또 현지 9·10위사인 BSH와 VNI 인수 계약을 추진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미국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 동남아 등 시장진출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베트남을 거점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 지역에 대한 해외사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사업 확대는 지난해 조직개편 방향에서도 가늠해 볼 수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말 해외관리파트와 미주지역보상파트를 신설했다. 또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박기현 상무(해외사업부문장)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도 DB손해보험의 해외사업 강화 의지로 읽힌다.

    ◇'올드보이' 김정남 부회장, 사내이사 복귀…경험 전수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보험그룹장 역할을 한 김정남 부회장이 1년 만에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이사회에 복귀했다.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끄는 동안 DB손해보험은 미국에 선제적으로 진출했고, 베트남시장 공략 등에서도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해외사업에 물꼬를 튼 장본인이 컴백한 것이다.

    김 부회장의 복귀는 또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한 '한 수'로도 여겨진다. 앞서 그는 2010년부터 13년간 CEO를 맡으며 보험업계 최장수 CEO로 불렸다. 지난해 2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내이사에서 사임하면서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고 이후 보험그룹장 역할만 맡았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1조536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대비 21.1% 감소한 수치다. 순익 규모에서 메리츠화재에 밀리기까지 했다. 보험업은 상품특성상 사업 호흡이 긴 만큼 경영진의 경험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 부회장의 복귀는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고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DB손해보험 이사회는 김 부회장에 대해 "대표이사 임기 동안 경영 전반의 탁월한 성과를 바탕으로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며 "손보산업 전반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보험업 전문가로, 13년간 대표이사 역임을 통해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대한 높은 이해는 물론, 보험업을 둘러싼 경영환경 이슈 등에 폭넓은 식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