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진 실적 개선세에 매각주간사도 IM 발송…작업 '착착'손해보험 상표 등록-신한라이프 전 대표, 롯데손보行 등 신한금융 연결 '뚜렷'경쟁자 우리금융 '증권 인수', 하나금융 '내실경영' 등 참전 가능성 작아신한 "손보사 인수로 디지털 손보 강화-생보 시너지…확고한 '리딩금융' 기대감"
  • ▲ 서울 중구 소재 롯데손해보험 사옥. ⓒ롯데손해보험
    ▲ 서울 중구 소재 롯데손해보험 사옥. ⓒ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의 M&A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탄력을 받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을 유력한 원매자로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위주의 신한EZ손해보험과 오프라인 영업력을 갖춘 롯데손해보험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의 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 선임 등 연결고리가 굵어지면서다.

    게다가 경쟁 원매자로 거론됐던 우리금융그룹이나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당장은 손해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없어 보이고, 일각에서 제기된 외국계 역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신한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출지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주관사인 JP모건은 조만간 주요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예비 원매자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할 예정이다. 앞서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매각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매각작업에 나섰다.

    롯데손해보험은 현재 M&A 매물로 나온 보험사 가운데 가장 우량한 매물로 평가된다. 롯데손해보험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4조원으로, 손보업계 7위 수준이다.

    특히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전년대비 6.3% 성장한 301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992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 1946년 대한화재해상보험으로 출범한 이래 최대 실적까지 기록했다.

    JKL파트너스는 이미 롯데손해보험 인수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가치만 하더라도 1조9702억~2조2518억원으로 보고 있는 데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반영할 경우 최소 2조원에서 최대 3조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융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을 매물로 내놨고, JKL파트너스가 3734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총 73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현재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의 지분 77%를 보유하고 있다.

    JKL파트너스 측이 원하는 가격대로만 성사된다면 빚을 갚고도 2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JKL파트너스는 올해 10월 약 28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만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 ▲ 신한금융그룹. 사진=정상윤 기자
    ▲ 신한금융그룹. 사진=정상윤 기자
    ◇확고한 '리딩금융' 굳히기… 신한금융 행보 주목

    아직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할 유력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의 경우 보험 계열사들이 조 단위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1년 만에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라이프의 순이익(4724억원)이 KB라이프생명(2562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신한금융의 신한EZ손해보험은 적자 지속(-78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신한금융으로서는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할 경우 KB금융을 제치고 단숨에 리딩금융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지난해 순이익의 경우 신한금융이 4조3680억원으로, KB금융 4조6319억원과 3000억원이 채 차이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손해보험의 순이익은 3024억원이다.

    신한금융 차원에서 생보와 손보의 사업 균형을 맞추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도 손보의 역량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디지털보험사 형식으로 출범시킨 신한EZ손해보험은 2022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출범 초에 비해 적자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제한된 포트폴리오로 수익성을 극적으로 올리기 힘든 디지털보험사의 특성상 앞으로도 신한금융 실적에 큰 도움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과거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신한라이프를 강화한 사례처럼 롯데손해보험의 인수를 타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도 KB금융 보험 계열사들의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M&A를 차일피일 미룰 경우 만년 2위에 만족해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며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탈환을 위해서 손보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의 롯데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한 접점도 늘어나고 있다. 신한금융이 디지털손보를 넘어 본격적으로 손보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데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로 등판하면서다.

    2월28일 특허청은 '신한손해보험' 상표 등록을 완료했다고 공고했다. 신한EZ손해보험과는 별개 브랜드다. 앞서 신한금융은 2022년 신한EZ손해보험과 신한손해보험 모두 상표로 출원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손보업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성대규 전 대표가 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로 영입되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성 이사는 과거 신한생명 사장 시절 오렌지라이프와의 M&A를 주도한 바 있다. 보험사 M&A 경력자인 만큼 신한금융에 인수 다리를 놓아주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 ▲ 보험. ⓒ연합뉴스
    ▲ 보험. ⓒ연합뉴스
    ◇우리금융 '증권 인수', 하나금융 '내실경영'에 초점…외국계도 참전 가능성 낮아

    다른 금융그룹들의 인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KB금융은 보험 계열사들이 순항하고 있고, 우리금융은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경우 자회사 우리종합금융을 토대로 증권업 진출을 위한 밑작업이 한창이다. △우리종합금융의 기업금융(IB)부문 강화 △증권사 인수 △여의도 사옥 이전 △독립 리서치 플랫폼 출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금융 측은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검토 중인 가운데 시너지를 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들을 계속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6월 우리금융의 한국포스증권 인수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포스증권은 매각작업의 일환으로 6월25일 기존 주주에 대해 10대 1 비율의 무상감자를 시행하기로 하고, 이달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결의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충할 필요는 있지만,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M&A를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리스크 관리는 물론,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가치 제고 노력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1분기에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자 및 주요 주주들과의 미팅에서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을 회복하기 전까지 비은행 M&A를 지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게다가 ELS 배당 악재와 함께 해외투자 손실에 따른 리스크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 측은 "비은행이 약한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인수를 추진할 수는 없다"며 "최근 정부정책과 더불어 주주환원이 모든 금융사에 중요한 이슈인 만큼 이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글로벌 기업의 인수 역시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저성장·저출산·저금리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시장 포화 등으로 신규 진입은커녕 발을 빼는 분위기다.

    앞서 △ING생명(네덜란드) △우리아비바생명(영국) △에르고다음(독일) △알리안츠생명(독일) △PCA생명(영국) △푸르덴셜생명(미국) 등이 국내에서 철수했으며 △ABL생명(중국) △동양생명(대만) △AIA생명(홍콩) △AXA손해보험(프랑스) 등이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생보업계의 경우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손보업계는 국내 대형사 위주의 과점체제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큰손'들이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