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협력 원칙 기관간 약정, MOU 최종검토"웨스팅, 직접 상관 없지만, 예방·독려 효과 있어"체코협상단 이달 중순 방한… 국내 운영중인 원전 시찰
  •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연합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연합
    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자력 수출 및 협력에 관한 원칙에 합의했다. 체코 원전 수출을 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간의 마찰이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향후 벌어질 관련 분쟁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지난 1일(미국 현지시간) 원자력 수출과 협력 원칙에 관한 업무협약(MOU)에 가서명했다.

    양국이 발표한 공동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잠정 합의를 통해 양국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고, 최고 수준의 비확산, 원자력 안전, 안전조치 및 핵안보 기준을 유지할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민간 원자력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화, 핵심 공급망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양국 산업에서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수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양측은 앞으로 MOU에 대한 최종 검토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MOU는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번 업무협약은 한국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를 둘러싼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두코바니 원전 추가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국내 원전 사업에 참여해 왔으며, 여러 원전 기술을 국내에 전수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건설한 28기 원전 중 18기가 웨스팅하우스 계열 원전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수출용 원전의 기반도 대부분 웨스팅하우스 모델이며, 이들은 원천 기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미국 법원에 한수원이 원전 수출 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웨스팅하우스가 해당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했다. 이와 함께 8월에는 체코 경쟁당국에 진정을 제출하기도 했다.

    원전업계 일각에선 이번 업무협약으로 내년 3월 본계약을 앞두고 웨스팅하우스가 제동을 걸었던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도 보고 있다.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때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따라서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에 있어 미국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체코전력공사의 자회사인 EDUⅡ 측 대표단 60여 명도 이달 중순 한국을 방문해 한수원과 세부 협상을 진행할 예정으로 양측의 협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본계약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표단은 국내에 운영·건설 중인 원전을 시찰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이 엄밀히 말하면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기업들이 수출 통제 관련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서로 협력하는 절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상당히 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이 같은 장치들이, 현존한 이슈를 해결할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환경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유도하고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