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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6일자 오피니언면에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쓴 '사이비 관영언론 왜 만드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언론은 저널리즘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현상을 보도하고 공공의 관심사를 논평하고 해설하는 기능을 갖는다. 그러므로 언론의 핵심은 보도와 논평이라고 할 수 있다. 보도는 환경감시 기능을 가리키고 논평은 여론형성 기능을 말한다.
국정홍보처의 인터넷 홈페이지 ‘국정브리핑’이 언론이라는 문화관광부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국정브리핑도 언론으로서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되었다. 국정브리핑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적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매체가 갖는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은 때늦었지만 옳은 일이다. 법적 책임이란 과장 왜곡된 내용에 대해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를 청구했을 때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국정브리핑이라는 관영 언론이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미디어 홍수 속에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대안 매체’라는 명분으로 국정브리핑을 반드시 운영해야 하는가?
국정브리핑은 인터넷을 통해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국정 정보 제공의 역할을 담당한다. 국정브리핑 이외에도 지금 정부는 ‘청와대브리핑’ 등 수많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홍보란 말을 좋아한다. 모든 정부 관련 기관이나 직책이 홍보로 바뀌었다. 홍보수석, 국정홍보원, 해외홍보원, 국방홍보원, 정책홍보관리관 등 정부가 홍보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하지만 이는 정부 정책을 투명하게 만들고 행정의 민주화를 기하는 기능에 그쳐야 한다. 이것이 ‘언론매체’로 작동하면 정권의 버팀목이자 나팔수가 되고 만다. 사실 그동안 국정브리핑은 자체 취재 인력을 갖고 시사 문제에 대해 보도 논평을 했을 뿐 아니라 비판적인 신문을 공격하는 데도 앞장서 왔다.
알 권리란 정부의 정보를 입수할 권리와 사전 억제 없이 그것을 인쇄할 권리를 뜻한다. 언론이 자유롭게 보도하고 논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비판 감시의 대상이 되는 정부가 언론적 활동을 스스로 한다는 것은 모순일 뿐만 아니라 자가당착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제임스 러셀 위긴스 등이 정부의 비밀주의에 맞서 쟁취한 권리인데, 감시의 대상이 어떻게 스스로를 비판하고 고발할 수 있겠는가.
물론 정부가 직접 언론매체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대개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가들이다.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매체를 갖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더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언론이 정부 정책을 감시, 비판하고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펴야 할 터인데 국정브리핑은 오히려 정치 선전 도구로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언론은 번견(番犬) 기능을 해야 하는데 국정브리핑은 오히려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 형상이다. 언론은 정부의 비밀주의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데 국정브리핑은 거꾸로 이를 보호하고 옹호하고 있다. 언론은 공직자를 감시하는 일이 주 업무인데 국정브리핑 종사자는 스스로가 공무원 신분이어서 정부의 하부 구조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언론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국정브리핑은 정부를 위해, 궁극적으로는 집권 여당을 위해 일한다.
율곡은 일찍이 민본주의와 위민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언로를 넓혀서 참다운 공론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갈파했다. “언로의 열리고 막힘에 나라의 흥망이 달려 있다(言路開塞興亡所係).” 사이비 언론, 관영 미디어가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