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9일 사설 <'이정우 전 위원장에겐 ‘침묵이 金이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27일 한 정책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이 부동산정책을 흔들어 놓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집값을 못 잡은 것은) 공동의 실패이지 참여정부만의 실패는 아니다. 희생양을 만들어 돌팔매질하려는 사회 분위기는 지나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들은 이씨가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이씨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2003년 ‘10·29 대책’을 주도한 사람이다. 주택 공급을 늘릴 생각은 않고 ‘세금 폭탄’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반(反)경제적 정책발상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꿴 사람이다. 이때 그는 “부동산 투기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의 이런 선언은 강남에 이어 강북, 강북에 이어 수도권, 수도권에 이어 전국적 투기 붐의 출발 신호였다. 집값만 들썩인 게 아니다. 행정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국토균형개발 등 내놓는 정책마다 전국의 땅값을 들쑤셔 온 나라가 투기장이 돼 버렸다. 이 사태의 장본인이 남한테 손가락질하며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3개월 전 한 토론회에서 ‘참여정부의 정책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집값은 내려간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오히려 집값이 폭등하더라”며 “(이렇게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은)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정책의 일관성’이란 중요하다. 그러나 일관성보다 중요한 게 ‘정책의 적합성’이다 ‘부적합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간다면 그 결과는 파탄밖에 없다. 이씨는 그 ‘바보의 일관성’에 대한 집착을 아직도 떨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정부 정책이 공급확대 중심으로 향한다면 결국 실패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세금”이라고 했다. 이씨는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사람이다. 도대체 어떤 경제학 교과서에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뛴다’고 되어 있는가. 그리고 어느 교과서에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세금이라고 쓰여 있다는 말인가.

    한 사람의 잘못된 경제학자는 태풍보다 더 큰 재앙을 낳는다. 태풍 피해는 몇만 가구 침수로 그치지만 잘못된 정책은 수십만 수백만 서민에게서 내 집의 꿈을 앗아간다. 이씨가 바로 태풍보다 무서웠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