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4일 사설 <'정연주 구하기'는 KBS 살리기 아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가대하며 소개합니다.

    KBS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2003년 7월 KBS PD가 유럽 출장에 가족을 동반했다. 이 PD와 동행했던 대학교수는 “(PD의) 가족은 촬영과 무관한 관광을 즐기면서 모든 비용을 방송국 출장비로 정산하기 위해 꼬박꼬박 영수증을 챙겼다”고 증언했다. 2005년에는 KBS PD가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사람을 출연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공금 3000만 원을 횡령했다. 다른 PD는 안마시술소와 사우나를 드나들며 회사카드로 결제했다. KBS는 회계담당 직원이 영수증을 위조해 9억 원을 횡령했는데도 2006년 적발될 때까지 4년 동안 모르고 지냈다. 국민에게서 수수료를 연간 5000억 원씩 거둬가는 ‘공영방송, 국민의 방송’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KBS의 인건비 비중은 매출의 38%로 다른 방송사보다 높다. 직원이 많고 연봉이 두둑한 탓이 크다. 정 사장 스스로도 올해 초 “지방송신소 직원 26명 가운데 10명 이상이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고 있으나 그에 맞는 일은 안하고 있다”며 퇴진운동을 하는 노조를 위협하고는 말을 거둬들였다. 정 사장 취임 후 5년 동안 구조조정을 제대로 한 흔적은 없고, 누적적자만 1500억 원에 달한다. 정 사장은 KBS의 법인세 취소소송에서 ‘1990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조정하도록 해 500여억 원만 돌려받아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배임(背任)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누리꾼은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11일부터 KBS 본관 앞에서 벌이고 있다.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에서 비롯된 정치적 감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KBS에 대한 감사는 오히려 늦었다. 계속되는 비리와 적자 경영 속에서도 2004년 한 번 감사받은 게 고작이다. 지난 정권이 ‘충견 방송’의 대가로 눈감아 준 인상이 짙다. 그런데도 시위자들이 감사에 반대하는 것은 KBS의 부실 경영을 계속 방치해 국민 부담을 늘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쇠고기 촛불’을 엉뚱하게도 KBS의 편향방송과 방만경영을 지키는 촛불로 쓰고 있는 셈이다. 

    KBS 노조가 정 사장의 무능을 질타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시위대는 ‘어용 노조’라고 비난하며 ‘노조는 국민이냐 이명박이냐를 선택하라’고 외쳤다. 일부 신문도 ‘촛불로 KBS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속내는 ‘정연주 구하기’에 있음을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정 사장을 살려 KBS가 좌(左)편향 방송을 계속하도록 만들겠다는 얘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