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불륜' 논란 된 아스트로노머(Astronomer), 기네스 팰트로 내세운 홍보 영상 공개전 세계적으로 쏠린 관심, 회사 홍보의 기회로 역전시켜라이언 레이놀즈가 운영하는 광고회사 '맥시멈 에포트(Maximum Effort)'와 협력시의성·유머·시대정신 결합한 패스트버타이징(Fastvertising) 전략 눈길
- https://www.youtube.com/watch?v=xL8gdhw4q5I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던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 콘서트의 키스 캠(kiss cam) 불륜 사건이 회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떠올랐다.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장에서는 IT기업 '아스트로노머(Astronomer)'의 앤디 바이런(Andy Byron) 최고경영자(CEO)와 크리스틴 캐벗(Kristin Cabot) 최고인사책임자(CPO)가 서로 안고 있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논란이 됐다. 두 사람은 각자 가정이 있는 상태였고, 이들은 '키스 캠'에 등장한 사실을 알게 되자 곧바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아 두 사람의 불륜 의혹이 불거진 것.불똥은 곧바로 회사로 튀었다. 아스트로너머는 다음 날 바로 앤디 바이런 CEO를 해고했고, 크리스틴 캐벗 CPO도 회사를 떠났지만 회사의 주요 임원이 사내 불륜 의혹으로 대중 앞에서 망신을 당한 데다, 기업 윤리와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이에 아스트로노머는 논란에 정면으로 맞서는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세계적인 배우이자,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의 전 부인인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를 홍보 모델 겸 임시 대변인으로 발탁해 회사에 쏠린 전 세계적 관심을 홍보의 기회로 역전시키기로 한 것이다.
-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스트로노머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 등장한 기네스 팰트로는 활짝 웃으며 "아스트로노머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저는 아스트로노머의 임직원 300명을 대신해 답변할 수 있도록 임시 채용됐다. 아스트로노머는 최근 며칠 동안 수많은 질문을 받았고, 회사 측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에 제가 대신 답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영상 속 기네스 팰트로는 열흘 전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있었던 불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듯한 태도로 등장하지만, 곧 반전이 펼쳐진다."세상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이라는 첫번째 질문이 마저 끝나기도 전에 기네스 팰트로는 빠르게 질문을 끊으며 "그렇다. 아스트로노머는 아파치 에어플로우를 실행하기에 최적인 곳으로, 대규모로 데이터 및 AI 파이프라인을 실행하는 경험을 통합한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 워크플로 자동화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돼 매우 기쁘다"며 느닷없이 아스트로노머의 전문 분야를 소개한다.다음 질문인 "회사의 소셜미디어 담당팀은 괜찮은가"라는 질문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그렇다. 9월에 열리는 Beyond Analytics 컨퍼런스에는 여전히 자리가 남아있다"는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마지막으로 기네스 팰트로는 "이제 우리는 고객에게 획기적인 결과를 제공하는 일, 즉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로 돌아갈 것"이라며 "아스트로노머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린 사내 불륜 사건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모든 관심의 초점을 아스트로노머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돌리는 재치있는 홍보 전략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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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 라이언즈 2022 무대에 선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 ⓒ프랑스 칸 = 이기륭 기자
아스트로노머의 해당 캠페인은 배우 겸 '마케팅 천재'로 불리는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가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맥시멈 에포트(Maximum Effort)가 대행을 맡았다.피트 디조이(Pete DeJoy) 아스트로노머 공동 창립자 겸 CEO는 자신의 링크드인(LinkedIn) 페이지를 통해 "늘 어려운 순간일수록 진정한 인성이 드러난다고 믿어왔다. 지난주, 아스트로노머 팀은 그 믿음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고객을 지원하고, 서로를 돕고, 우리의 사명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사려 깊고 열정적인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공유했다.그는 "아스트로노머의 모든 임직원 여러분, 훌륭한 팀이란 어떤 모습인지 몸소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의 인성과 헌신, 결코 간과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임시 홍보대사와 함께 멋진 작업을 해주신 맥시멈 에포트 팀에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기네스 팰트로의 말처럼, 이제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 즉, 고객에게 획기적인 성과를 제공하는 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스트로노머의 다음 장이 어떤 모습일지 우리 또한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아스트로노머의 기네스 팰트로 영상은 업계에서 유머와 유명인을 활용해 선정적인 논란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환시킨, PR의 교과서 같은 사례로 찬사를 받고 있다. -
- ▲ ©Maximum Effort 인스타그램 캡처
맥시멈 에포트는 해당 홍보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며 호평 받자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에 피트 디조이 CEO의 링크드인 메시지를 패러디한 메시지를 남겨 다시 한번 웃음을 줬다.맥시멈 에포트는 "맥시멈 에포트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아스트로노머 측에도 감사하다. 이제 우리는 본업인 휴 잭맨과 함께하는 영화 제작, 패스트버타이징(Fastvertising), 웨일스 축구, 그리고 감정적 폭식(emotional eating)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데이터 워크플로 자동화는 기네스 팰트로와 아스트로노머에게 맡기겠다"는 위트 넘치는 멘트를 남겼다.여기서 웨일스 축구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구단주로 있는 잉글랜드 축구팀을 의미하고, 패스트버타이징은 그가 만든 새로운 광고 개념으로 '빠른 광고(Fast + Advertising)'를 뜻한다. 전통적인 광고 제작 방식과는 다르게 시의성과 속도를 무기로 삼아 빠르게 반응하고, 재치 있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패스트버타이징'의 핵심 전략이다.라이언 레이놀즈는 '패스트버타이징'에 대해 "캠페인을 빨리 실행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순간을 포착해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며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얼마나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지,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패스트버타이징은 우리의 직감을 바탕으로 하며, 우리를 정말로 웃게 만드는 시대정신을 활용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일반적인 광고는 기획부터 제작, 광고주 승인까지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지만, '패스트버타이징'은 단 며칠 또는 몇 시간 내에 영상 제작과 배포까지 완료되는 것이 특징이다. 사회 이슈, 유명인 사건, 밈(meme,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 시사 뉴스 등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슈를 광고로 활용해 '지금 아니면 안 되는 타이밍'을 포착해낸다. 또한 라이언 레이놀즈 특유의 재치 있고 뻔뻔한 유머가 핵심이다. 진지하거나 무겁기보단 가벼우면서도 누구나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 앞서 2021년 유명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리부트작 '앤드 저스트 라이크 댓(And just like that)' 1화에서 주요 인물인 '미스터 빅'이 45분 동안 펠로톤(Peloton) 자전거 운동을 마치고 갑자기 사망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홈 피트니스 업체 펠로톤의 주가가 급락하고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 등 악재를 맞았다.맥시멈 에포트는 해당 장면이 방영된 지 단 48시간 만에 '미스터 빅' 역의 배우 크리스 노스(Chris Noth)를 섭외해 긴급하게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에는 '미스터 빅'이 살아있는 모습으로 등장해 "또 타볼까?"라며 펠로톤 자전거를 홍보했고, 이 광고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브랜드의 위기를 유머러스하게 반전시킨 '패스트버타이징'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아쉽게도 해당 광고는 배우 크리스 노스의 성추행 혐의로 인해 중단됐다.)이 밖에도 맥시멈 에포트는 2023년 1월 오픈AI의 챗GTP(Chat GPT)가 쓴 대본으로 제작한 광고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고, 지난해 7월엔 마블(Marvel)사의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Deadpool & Wolverine)' 개봉을 앞두고 케첩 브랜드 하인즈(Heinz)와 협업해 빨간색 수트를 입은 데드풀은 케첩, 노란색 수트를 입은 울버린은 머스터드로 등장시킨 예고편 겸 광고를 공개하는 등 '패스트버타이징'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유머와 시의성을 결합한 독보적인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