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대표이사 사임 … 그룹 이사회 의장 역할만그룹 계열사, 사업 재편-효율성 제고로 흑자전환 랠리'미래전략팀' 신설 … 컨트롤타워로 성장전략 설계 본격화'통합 HLB' 대표엔 김홍철 … R&D 일원화-수익성 개선 과제
  • ▲ 진양곤 HLB 회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50331 ⓒHLB
    ▲ 진양곤 HLB 회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50331 ⓒHLB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HLB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그룹 이사회 의장 역할에 집중하면서 전략 설계와 R&D 등 계열사간 협업, 해외 진출 등 그룹 시너지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진양곤 회장이 떠난 HLB 대표이사 자리에는 HLB이노베이션의 연착륙을 견인한 김홍철 대표가 내정됐다. HLB가 HLB사이언스를 흡수합병할 예정인 만큼 경영 프로세스와 R&D 역량을 통합해 사업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LB그룹은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창업주이자 그룹을 19년간 이끌어온 진 회장이 HLB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그룹 이사회 의장으로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상장 계열사 10곳에서 모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현재도 모든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고 있는 진 회장은 △중장기 성장 로드맵 설계 △계열사간 협업 강화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그룹 차원의 전략업무를 주도할 예정이다.

    진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 것은 그룹 상장사 10곳 중 6곳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다.

    분기보고서를 보면 △HLB이노베이션 △HLB제약 △HLB글로벌 △HLB바이오스텝 △HLB파나진 △HLB제넥스 등 6개사가 3분기 별도 기준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HLB바이오스텝(옛 노터스)은 지난해 3분기 -18억원 영업손실에서 올해 3분기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가장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비임상 임상시험수탁(CRO) 서비스를 제공하는 HLB바이오스텝은 그룹 내 신약 개발사들의 CRO 사업을 수주하면서 자사는 물론, 그룹 내 계열사들도 시너지를 얻고 있다.

    HLB글로벌(옛 넥스트사이언스)은 14억원 영업적자에서 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골재사업이 주력이었던 HLB글로벌은 그룹 편입 후 빠르게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HLB그룹은 인수 후 골재사업을 정리하고 미디어커머스, 디지털헬스케어, 교육사업 등으로 다각화했다. 최근에는 일본 시니어 종합서비스 기업에 투자하고, AI 기반 의료·생활보조 로봇도 개발하는 등 실버산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HLB제넥스(옛 제노포커스)도 그룹 편입 후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M&A 효과가 즉각 나타났다. 그룹에 편입된 지난해 4분기에는 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1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제노포커스 시절 발굴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GF-103'과 'GF-203'의 자체 개발을 중단한 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불필요한 R&D 비용을 줄인 대신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보유한 유당 분해·산업용 효소사업에 집중한 결과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하는 등 흑자기업으로 거듭났다.

    HLB파나진(옛 파나진)도 그룹 편입 3년 차에 들어서면서 실적개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룹은 파나진을 M&A 후 조직체계를 본부제로 전환하고, 전산·내부 회계시스템도 정비해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대표 R&D 품목으로 펩타이드 핵산(PNA) 기반 진단기술을 정하고 역량을 집중했다. 기존 암 진단 제품 외에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진단 2종, 성매개감염균(STI) 진단 1종 등 감염 진단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한 결과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9억원대로, 전년동기대비 8배 이상 뛰었다.

    HLB제약(옛 메디포럼제약)은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10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으면서 흑자를 달성했다. 5월 자회사로 편입된 신화어드밴스의 온기가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의약품 제조와 유통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시너지가 가시화됐다는 평이다.

    HLB이노베이션(옛 풍산특수금속)의 경우 반도체소재사업 호조에 힘입어 외형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9억원에서 올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각 계열사의 호실적이 이어진 만큼 비로소 미래를 그릴 여건이 됐고, 진 회장도 신성장동력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번 인사와 함께 진 의장 직속기구로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현장지원본부의 조직개편도 함께 단행됐다. 기획인사부문을 '전략기획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산하에 '미래전략팀'을 신설해 그룹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체계적으로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진 회장은 "현재 그룹의 밸류가 '리보세라닙'에 편향돼 있고, 나 역시 HLB 대표를 맡다 보니 M&A로 그룹 다변화를 했음에도 편향적인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사회 의장으로만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균형감이 확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이사회 의장으로서 HLB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의 모든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실행력을 높여 책임을 더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 HLB. ⓒ뉴데일리 DB
    ▲ HLB. ⓒ뉴데일리 DB
    진 회장이 그룹 이사회 의장으로 집중하게 되면서 이달 말 출범 예정인 '통합 HLB' 대표에는 김홍철 전 HLB이노베이션 대표가 내정됐다.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정식 선임될 예정이며 단독대표체제를 꾸릴 전망이다.

    김홍철 신임 HLB 대표는 2023년 인수한 HLB이노베이션의 초대 대표로서 조직정비와 경영효율화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또 미국에서 카티(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인 자회사 '베리스모'를 적극 지원해 글로벌 R&D 성과 창출에 이바지한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HLB사이언스를 흡수하면서 그간 분산돼 있던 경영 프로세스와 R&D 역량을 통합해 사업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은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R&D는 물론, 판권과 수익권을 일원화해 글로벌 상업화 추진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HLB사이언스가 미국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패혈증 신약 파이프라인을 미국 자회사 HLB 엘레바의 노하우를 활용해 개발 속도도 끌어올려야 한다. 엘레바는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을 임상 3상 단계까지 진척시킨 바 있다.

    HLB사이언스는 펩타이드 기반 신약 개발 기업으로, 감염성 질환과 신경 질환 영역을 연구해왔다. 현재는 패혈증, 슈퍼박테리아 치료 후보물질 'DD-S052P'의 미국 1b/2상 허가를 앞두고 있다.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차기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후보물질은 항생제 투여로 그람음성균이 사멸할 때 방출되는 내독소(endotoxin)에 중점을 뒀다. 내독소는 인체 내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발해 패혈증 등 치명적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DD-S052P의 경우 이를 조절해 면역 과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그람음성균은 대장균, 녹농균 등으로, 세포 외막에 있는 세균이다.

    HLB 측은 "통합 HLB는 항암제 임상개발역량과 펩타이드 기반 초기 후보물질 발굴능력을 결합해 탐색에서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신약 개발 전 과정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며 "뿐만 아니라 이번 합병으로 항암제 중심의 파이프라인을 패혈증, 대사질환, 면역질환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R&D 범위와 수준을 모두 끌어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직간 기능 중복이 해소되면서 비용구조가 효율화되고 R&D, 경영, 운영 전반적으로 프로세스가 일원화되며 경영효율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도 말했다. 구조적 변화로 재무건전성과 현금흐름 안정성 강화로 이어져 수익성 회복에 이바지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김 대표는 HLB이노베이션 대표 시절 매년 매출을 신장시키면서 과중된 판관비와 원가 부담을 낮추면서 영업이익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