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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인천경향신문’을 4월27일 창간했다. 인천광역시 권역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신문이며 월·화·수·금요일에 제작, 발행된다. 기존 경향신문에 8면짜리 인천지역 섹션을 따로 만들어 끼워 넣는 방식이다.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인천경향신문은 경향신문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향신문 메인 홈페이지. 대표이사 사장과 편집국장은 경향신문에서 직접 파견한다. 인천경향신문 측은 창간사를 통해 “한국 언론사상 최초로 중앙지와 지방지를 융합한 새로운 매체”라 자칭하며 “불의와 부조리에는 맞서는 경향신문 정신을 지키면서 철저한 지역 공동체주의 구현과 인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힘쓸 것”이라 포부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언론계의 눈은 우려와 냉소로 가득 차 있다.
가장 먼저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은 인천경향신문의 탄생 배경이다. 인천경향신문은 우호지분을 포함한 60%의 지분을 인천 지역 건설업체 회장 윤모씨가 보유하고 있다. 윤씨는 인천경향신문에 5억 원의 자본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윤모씨의 행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윤모씨는 인천지역신문 인천일보의 대주주로 있던 지난 2006년 인천일보가 자신의 사업체와 관련된 기사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간부들을 사퇴시킨 전력을 지니고 있다. 인천 운남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검찰에 구속된 일도 있다. 반재벌, 반토호세력 노선의 좌파성향 경향신문과 도저히 맞지 않는 인물일 뿐 아니라 어느 언론이건 간에 받아들여선 안 되는 전력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언론 관계자는 “경향신문의 경영 악화가 낳은 불행한 조치”라 지적했다. 관계자는 “경향신문이 대단히 위험할 정도로 경영 악화가 돼있다는 사실은 언론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타개책이 보이지 않아 사실상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전제하며 “결국 지역신문을 만들어 투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을 통해 자금융통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은 ‘경향 정신’이고 뭐고 할 것 없는 절대적 위기 상황”이라며 “솔직히 지역 건설사 대표가 대주주라는 사실 자체가 난센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인천경향신문 편집권 독립 가능할까
경향신문 측도 이 같은 언론계의 우려에 민감히 대처하고 있다. 경향신문에서 직접 파견한 손동우 인천경향신문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편집권은 경향이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못 박으며 “지면이 대주주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서울서 파견된 것이다. 우려와 달리 지금까지 제작과 관련해 대주주로부터 어떠한 언급도 들은 적이 없다. 대주주가 건설사 대표라 각종 개발 사업 보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창간사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는 인천에서 진행되는 각종 개발공사에 대해 환경파괴와 민생 침해가 없는지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 강하게 주장했다. 또 “경향신문이 추구해온 방향과 전혀 다른 기사가 인천경향신문에 실린다면 그것은 본지에 누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경향의 정체성이나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경향 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자리를 걸고 싸울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인천경향신문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중앙언론의 지역지 법인 발행이 ‘이미 실패한 시도’라는 점 때문이다.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에서 시도해 실패 모델로 낙인찍힌 일이 있다.
뉴시스는 2000년대 초반 상당한 경영악화를 겪으며 ‘지역 본부’를 만드는 데 힘썼다. 1년여 가깝게 기자 월급까지 체불된 상황이어서 ‘앞뒤 가릴 것 없었다’는 후문이다. 뉴시스의 지역본부는 각 지역마다 본부장을 선정해 지역 법인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서 예치금 및 각종 사용료를 본사에 지불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뉴시스는 몇 년 간 ‘기자 월급은 제대로 나오는’ 수준까지 경영 상태를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지역 법인 설립은 뉴시스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뉴시스 출신 한 기자는 “뉴시스 지역본부에서 채용한 기자들은 대부분 지역신문 출신 기자들이었다. 그런데 지역신문이라는 곳이, 다는 아니겠지만, 영업 방식 면에서 문제 있는 곳이 많다. 일방적 홍보기사를 올리거나 협박을 통해 광고 등을 유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곳들이다. 이런 경력을 가진 이들이 그래도 중앙언론사 지역본부라는 브랜드 탓에 뉴시스로 몰려들었으니 결과는 뻔했다”면서 “본사 측에서 지역본부에 지나친 홍보성 기사를 더 이상 올리지 말라는 공문까지 보낸 일이 있다. 나중에는 한 지역본부장이 구속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다. 이미지 훼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뉴시스 출신 또 다른 언론인은 “지역본부를 통해 얻는 수익이 만만치 않다보니 지역본부장 권력이 강하게 됐다. 그러나 지역본부장 중 언론인 출신은 거의 없고 대부분 지역 유지들로 구성돼 있어 언론 마인드는 애초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갈등상황이 종종 발생했다”면서 “돈이 필요해 지역 법인을 만드는 것은 최후이자 최악의 방책”이라 밝혔다. 그는 또 “뉴시스식을 따르고 있다면 앞으로 경향신문 역시 인천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지역으로 진출해 자금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다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건설업체 대표 등 토호들이 대주주가 될 것이다. 같은 문제가 모든 지역에서 계속 반복되며 통제 불능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경향신문은 지금까지 대기업의 언론 장악을 강하게 비판해 왔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그런 비판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기업은 안 되고 건설사 토호는 된다는 희한한 논리를 만들어낼 수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인천경향신문 대주주는 언론탄압 경력이 있는 대주주다. 자사비판부터 시작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문, 대기업의 언론진출에 대해 건설사 베이스인 SBS는 입장 상 크게 비판을 못 했었다. 경향신문도 비슷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지역 언론 입장에서도 문제
한편 무너져가는 지역 언론 입장에서도 인천경향신문의 등장은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수원의 한 지역신문 기자는 “지역신문 시장을 아예 매장해 버리는 일을 해놓고 단순히 ‘중앙지와 지방지가 결합한 새로운 매체’라고 홍보만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뿐”이라며 “경향신문에 8쪽, 그것도 주 4회 끼워 넣은 게 지역신문이냐.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정도 요식행위라도 중앙일간지 브랜드 가치가 있으니 당장 지역신문 시장을 잠식해 기존 신문들의 수그러든 위치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 상황은 지방 재래시장에 대형 마트가 하나 들어온 격이다. 만약 경향신문이 계속해서 지역신문을 만들어낸다면, 아마 모든 지역에서 가장 미움 받는 중앙일간지로 거듭날 것”이라 우려했다.
인천경향신문은 편집국장을 포함해 취재기자 9명, 사진기자 1명, 인턴기자 2명으로 창간됐으며 지면 편집과 제작은 경향신문에 위탁한 상태다. 향후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 여타 지역신문과 같은 주 5일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기사 제공= 주간 '미디어 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