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은행산업은 앞으로 급격한 충격이 닥칠 경우 취약점을 드러내겠지만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다."

    미국의 19개 대형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웰스 파고 등 대형 은행들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에서 일반은행으로 전환한 금융사들, 보험사(메트라이프)와 신용카드회사(아메리칸익스프레스), 자동차할부금융사(GMAC) 등 19개 금융회사 가운데 10개사가 총 746억달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테스트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자본 확충 요구는 해당 금융사가 현시점에서 유동성 부족에 처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실업률이 치솟고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급락하는 비상한 상황이 초래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런 가상 시나리오에 따라 경기상황에 훨씬 더 열악해질 경우 19개 대형 금융사들의 추가 손실규모는 올해와 내년에 총 5천99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정도의 손실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FRB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개선되는 과정임이 확인됐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필요한 대형은행들이 시한 내에 충분한 자본을 확보해야 하고 규제체제의 정비도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상 은행들을 둘러싼 온갖 루머가 난무했지만 실제 결과는 "모든 은행이 취약한 상태인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 확인된 것은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9개 금융사들은 향후 예기치 않은 충격에도 버텨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본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그동안 근거없는 억측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특히 올해 금융시장과 증시를 얼어붙게 했던, "대형 은행들이 기술적으로 지급불능 상태"라는 루머는 이번 결과 발표로 잘못된 것임이 입증됐다.

    또 나머지 10개 금융사들이 확충해야 할 자본금 규모인 746억달러도 당초 시장에서 추정했던 규모를 밑도는 것이어서, 그동안의 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조성됐던 불안감은 상당부분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에서 PNC와 선트러스트 등 5개 지역은행이 모두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금융당국의 칼날이 대형은행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뎠던데 반해 지역은행에게는 매서웠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 테스트 결과는 한편으로 "대형금융회사 가운데 파산하는 은행은 없을 것이다"라는 점을 정부 당국이 천명함으로써, 덩치가 큰 이상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워싱턴=연합뉴스)